그대앞에만서면왜눈물이나는가?
그가인천으로놀러가자고해서서울역에서기차를탔다.
"인천어디로갈건데요?"
"글세…사실은한번도안가봤는데…"
나,참…
"그럼,내가태어났다는송도앞바다로가요."
인천상륙작전당시
거기서태어났어도,나는한번도송도해수욕장이라는데를가보지못했다.
송도에서어머니는신혼살림을차리셨고,거기서첫딸을낳고,그리고눈물을뿌리며피난길에올랐다는말만
들었을뿐이다.
인천에는친구들과한두번갔었는데,
동인천역에서내려어딘지모를동네에가서생맥주를마시고온것이다였다.
여하튼,
무작정동인천역에서내렸는데,그가버스정거장을찾느라고두리번거리는것을보고나는,
"여기서택시타봤자얼마안나와요."아는척했다.
그가택시를잡았다.
택시의미터기가찰칵찰칵떨어지는소리에대화가자꾸끊기곤했다.
택시운전사가데려다주는곳에내려조금걷다가조개탕을먹었다.
비가올것같은날씨에바람이차갑게불었다.
"여기까지왔는데,왜이렇게재미가없는거야…"
돌아오는길내내그생각만했다.
그를만나고나면항상속으로끊임없이투덜거리고,후회하고,반성하다가,지쳐서나중에는엉뚱한사람들을
불러내어세상문제다짊어지고시집가는여자처럼하소연을하곤했다.
그때.여동생의애인이자주술친구가되어주었는데,
동생은시골에서교사를하고있었기때문에,내가대신그녀의애인을만나주곤했던것이다.
하루는,
동생애인과함께부모님이계시는시골에가기로했다.
그는님을보러가고,나는뽕을따러가는거였다.
내약혼자는시간이없어못가겠다고하면서서울역까지만나왔다.
"못가는대신,점심이나사세요."
억지로그를끌고서울역그릴로가서양식을먹고맥주까지마셨다.
동생애인은당시기자였는데,귓속말로나에게,
"언니,김무생이돈모자라는거아닐까?여기꽤비싼데…"했다.
"놔둬요.한번쯤은이런거사도되요."
그가돈을내는데서한참을꾸물거리다돌아왔다.
광장으로나와헤어졌는데,인파속으로사라지는그를바라보며동생애인이,
"언니,우리가좀심했던것같아.아까계산대에서시계풀던데…"
그의말을들으며나는약혼자의뒷모습를찾았다.어정쩡하게서있던그…
"내가지금뭐하고있는거야?그를양파껍데기베끼듯해서어쩌겠다는거야?"
왜이렇게감정이엇나가는지알수가없었다.
내가,그에게굴러들어간호박이라면,
그는,나에게굴러들어온양파였다.
껍질을깔때마다나는눈물이났지만,안까고서는먹을수가없었다.
***토달기
신용카드가없던시절,대한민국청년들은꺼떡하면손목시계를풀었다.
그걸신용카드삼아술마시고,애인밥사주고,돈도빌렸다.
상점주인들은지금처럼크레딧조회안해보고도잘받아주었는데,어떻게보면참정겨운풍경이었다.
지금보다더신용사회였던것같기도하다.
동생은나보다두달뒤에결혼했다.
이결혼시리즈를빨리마치려고했는데,북어팔이,
자기가서울역그릴에서양식사준것은잊어버렸냐고물었다.
생각해보니,
그가잘해준것은하나도안썼고,섭섭했던것만늘어놓은것같아미안해서하나끼워넣었다.
그러나이것도골탕먹인일화가되어버렸다.
여기에구체적으로는안썼어도,
그는아직도우리집어른들의변함없는사랑을받는사위이고,나는좋은남편만나큰소리치며사는
복많은여자로낙인찍혔으니,그걸로북어팔이좀위로가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