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오는날
"함오는날인데,어딜또나가니?집에좀있지…"
어머니께서걱정스럽게말씀하셨다.
"난,시집안갈거니까,가고싶은사람들이나가슈!"
퉁명스럽게대꾸하고는그냥나와버렸다.
"여덟시다,여덟시,꼭들어와야한다!"
어머니속을뒤집어놓고나왔지만,막상갈데가없었다.
정리하지못한남자친구가있었던것도아니고,
약혼자가이상한짓을하는것도아니고,
혼수에불만을품거나양쪽집에서이상한말들이오고간것도아닌데,
결혼이라는것이정말내키지않았다.
약혼한다음날부터내내’그만둬야겠어’라는말을되풀이하면서도,그만두지못하고질질끌려드디어함을
받게된날,나는집을뛰쳐나갔다.
결혼을새출발이라고나는생각했었다.
공부할때는남녀평등이었는데,사회에나가보니결혼적령기의여자가직장에남아있다는것은마치
빅토리아스시크릿속옷가게에캐시미어스웨터를걸어놓은것처럼사람들의조롱거리가되고있었다.
그부당한진열장에서탈출하기위해결혼을결심했지만,그게뭔지는모르고있었다.
사람들은,결혼은그냥’하는것’이라는말만했다.
그래서,나혼자말하길,
"괜찮아,잘될거야.남들도다하니까…,",
"사랑하지도않는데결혼을해?"
"결혼이별거겠냐,한남자와여자가만나아이낳고그럭저럭사는거겠지,"
"정말살다보면사랑은아닐지라도정이라는것은생길까?"
"안생기면그저그대로살지…"했었다.
나혼자묻고,나혼자대답하고…
부모님은어려웠다.
약혼자는말이없었다.
나는다아는척했다.
그러나,
두려웠다.매우.
아버지께서는’여자팔자뒤웅박팔자’라고,남자만나는대로살아간다고하셨다.
어머니께서는"밥잘해야결혼생활이형통하다면식모가제일결혼잘하겠다."고하셨다.
약혼자는몇월몇일몇시에무엇을어떻게할까,비용은얼마인가에만관심이있었다.
나는아무에게도결혼이무엇인가를물을수없어외로웠다.
그날,집을나와뭘했는지전혀생각이안나지만,아마도,
교외선기차를타고한바퀴돌았거나,철없는친구들만나다방에죽치고앉아수다떨며,
"얘,나는이커피잔이약혼자보다더좋아."
했을지도모른다.그렇게말했어도친구들은알아들었을것이다.
결혼을앞둔여자의외로움이라는것을…
해가져서어슬렁거리며들어가니집안에는잔치음식냄새와사람들로부산했다.
"아이구,우리딸들어왔구나!야,이제됐다,됐어…"
할머니와어머니께서안도의한숨을내쉬셨다.
"이제야기운이좀난다.얘들아,이따함진애비오면듬뿍듬뿍쥐어줘라,"
***토달기
결혼날짜를잡으면,
신랑집에서감사하다는인사로혼수와혼서(婚書)를넣어결혼식전날신부집에보내는것을함이라고했다.
지금처럼오징어뒤집어쓰고,궤짝을사고파는실랑이를벌리는행사가아니었다.
어떻게보면그것도재미있고잔치집기분이난다.그러나,
잊은게있다.
그함속에는사랑과감사가들어있어야한다.뜻도모를이상한글자들과금붙이가아닌…
안그렇다면,
가장설레고기뻐야할날에신부는외롭고두려울수밖에없다.
결혼을앞둔신부가외롭고두려우리라는것을남들은생각못하지만,나는그랬었다.
함오는날,
신부는누군가의사랑과격려,축복이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