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렛타와 탱자

노래를잘부른그아이
학교대표로뽑혀군청까지갔다왔지
기차를타고
선생님이사주는짜장면도먹었겠지
(고운기,"벌교9"중에서)

내가사는이작은도시에서오페라"라트라비아타"를했다.
주인공비올렛타역을한국인소프라노가맡았기에많은한인들이관람했는데,
우리일행은주동자(?)에의해경로권과단체할인까지받아싼값으로입장했다.
시빅센터의컨서트홀에서하는줄알았더니조명기구가어지러운소극장에서공연을했다.

막이오르자갑자기머리가띠잉~해졌다.
바로앞에마치인형극무대같은것이펼쳐져있었기때문이다.프라하의인형극오페라처럼.

의자몇개와술잔,그리고작은출입문…거기서초라한무도회가열리고축배의노래가울려퍼졌다.

세쌍이나와춤을추었는데,짱달막한키의할머니와뚱뚱한몸집의사내가나와마치코메디를보는것같았다.왜그랬을까?

오케스트라의서주(序奏)또한모기소리였다.그럴수밖에없는것이,
제1바이얼린하나,제2바이얼린하나,첼로하나,그리고클라리넷과플루트를번갈아부는관악기연주자와

다른악기몇개더…

2막은아예무대아래에차려졌다.

작은카펫을깔고1막에서쓰던의자들을집어다놓고…3막에서다시파리로돌아가야하니까…

비올렛타의첫음성이들리자,나는"벌교9"의다음구절을생각했다.

탱자나무울타리가곱던
그아이의집안에서는노랗게익어
탱자열매같은노래가들려오곤했어

구수한짜장면먹고온
기차타고군청까지갔다온
그에게다가갈수없었지
감히

이시를처음읽었을때,

"선생님이사주는짜장면도먹었겠지"하는부분이가장마음에들었었는데,짜장면은내가가장부러워했던

상이니까그랬을것이다.

나는모든음악가들을멀리서부러워해왔다.
그들은탱자나무고운울타리안에살며,노랗게익은탱자처럼노래하다가,
어느날선생님손을잡고,기차타고,군청경연대회에가서짜장면까지먹고오기때문이다.

그들은그래서다가갈수없는존재였다.감히.

머리가굵어져서도
탱자나무울타리보다더
가시에박히게완강한
못난세월에서떠나지못했어.

머리가굵어져서도,
"가시에박히게완강한못난세월"에서떠나지못한나는,아직도그런사람들을넘보거나감히비판하지못했다.

그런데바로그날저녁,

라트라비아타를보면서나는그만그탱자나무울타리를넘어가탱자에게불만을토로하기시작했다.

감히…
탱자야,나는노랗게익은오륀지의노래를이미들어버렸단다.

***

아홉살의소녀로돌아가그오페라를감상하려고무던히애를썼다.그러면딱맞을것같았기때문이다.

그러다보니,고운기시인의노래잘하는탱자나무집아이생각이나서여기적어봤다.

혹시시인의마음을오해하지않았을까염려가되기도한다.

(사진은위키피디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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