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명의아줌마,아저씨들이김연아의프리스케이팅을보러큰TV가있는집에모였다.
각자집에서싸가지고간반찬으로비빔밥과김치찌개를해서저녁을먹고,포도주잔을들고TV앞으로갔다.
김연아차례가되자우리는약속한듯기립했고,일어선채로TV를보았다.그리고건배를했다.
"연아의금메달을위하여!"
회전할때마다숨을죽이다가,끝나면박수를쳤다.
4분몇초를그렇게보내고나니마치내가스케이트를탄것처럼다리가후들거리고몸이녹작지근했다.
드디어금메달시상식,
우리는다시일어나서김연아와함께가슴에손을얹고애국가를불렀다.
눈물을흘리며…주체할수없는감격이밀려왔다.
누가물었다.
"우리의조국이어디야?한국이야,미국이야?"
"한국!!"
모두이구동성으로대답했다.아…가슴뻐근한우리의정체성이여.
그것이지난주목요일저녁이었는데,며칠이지난오늘까지일이손에안잡힌다.
매사가다시시해졌다.
김연아의스케이트보다더신나는것을아직못찾아서그런가보다.
한국사람들끼리모이면아직도신문방송에난소식을자기혼자만아는듯떠들고,나도그들과다름없는짓을
한다마는,감격의후유증이너무커서인지떠들어도,떠들어도계속가슴이휑하다.
김연아사진은못넣고보통부츠만…
딸둘낳고세번째로아들을낳았을때,그리고애타게바라던미국영주권을받았을때,
나는세상을다얻은것같았다.
그러나,
아들낳은감격도,영주권받은감격도잠간이고,주위를돌아보니세상에는아들가진부모가부지기수였고,
미국사람은거의모두가영주권을가지고있었다.
피겨스케이팅금메달.
교회(미국교회)엘갔더니아무도김연아금메달이야기를안묻는다.내가한국에서온사람이라는것을다
알면서도그들은여전히성경의로마서12장만말하고있었다.금메달?그거대단하지요,라고해줬으면…
아…
내가그토록감격스러워하고,자랑스러워하고,흥분했던사건들이다른사람들에게는그저약간의흥미로운일
일수도있겠구나생각하니감동을연장하려고애쓰던내가슴이더설렁해진다.
할수없다.
이제는정신차리고일상으로돌아가는수밖에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