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는나와고등학교,대학,직장까지함께다닌친구다.
그러나둘이퍽빠져마냥붙어다닌사이는아니었는데,감성이나취미가조금달랐기때문인것같았다.
어느날,
그녀가자기집에카레라이스를먹으러가자고했다.
임이엄마는전형적인살림꾼이라서딸만셋인집을더욱더따습게했었다.
카레가나왔다.
"맛있지?우리엄마카레가세상에서제일이야."
나는아무리맛있어도우리엄마가한것을친구에게그렇게자랑하지는못하는성질이라서그런강요(?)가
오히려카레맛을떨어지게하는것같았다.
"응…우리도카레잘해먹어.울엄마는일본잡지봐가며그거비슷하게하는데,우리가먹기좋게감자를작게
썰어."
임이네카레에는살구크기만한감자가들어있었다.
위키사진
아차,내가실수를한것이다.
임이는당연히삐쳤다.
나는무안하고당황해서변명을시작했다.그러나그변명은감자가커야한다,작아야한다,라는언쟁이되어버렸고,임이와나는그것때문에기분이상해서한동안말을안했었다.
지금도가끔씩잘아는사람이갑자기서먹하게대하는경우가있다.
그러면나는이상하다,왜저러지?…하다가,카레라이스의감자논쟁을생각해낸다.
다행이,
임이와나는그때서로의반대되는의견을충분히밝혔기에,며칠말을안하고삐쳤어도곧다시친구로돌아왔고,지금생각해보면참어처구니없는싸움이지만교훈으로남게되었다.
그러나나이들어만난친구들은이런웃기는문제가생길지라도오해를풀기회가없다.
그래서젊었을때친구가진짜라고하는지는몰라도…
남편과의관계도서로말을안하고생각만하기에불편할때가많다.
오늘아침도그랬다.
금요일아침만이내가늦잠을잘수있는기회다.
늦잠뿐만아니라아침도천천히같이먹고,도시락도천천히싸도되는날이라서나는베란다에나가맨손체조도
하고,모처럼아침에컴퓨터앞에앉았다.
한참재미있게보는데,
"자,나,학교가야겠다."
갑자기화닥닥컴퓨터뚜껑을닫더니옆에널려진책들을챙겨넣으며남편은화가난듯이말했다.
나는마치포르노를보다들킨사람처럼미안해서벌떡일어나며,
"응?지금몇시야?몇시에나가야하는데?"
자동반사적으로부엌으로가서아침준비를하다울컥했다.
나에게는주중하루의한가한아침을즐길여유도없단말인가?
아니면,몇시에나갈것이라고미리귀뜸을해주었으면안된단말인가?
아니면,"이제컴퓨터그만보고아침해줘."
더좋은것은,"우리어디나가서브렉퍼스트할까?"다.
쫓기는마음으로아침을만들며자기연민에눈물까지난다.
여자이기에,아내이기에…그리고…
그것뿐이다.
그이유말고는,
한가한금요일아침,남편아침식사를준비안하고컴퓨터를들여다보고있다가놀라고미안해할이유가없었다.
옛친구처럼감자크기가지고싸우다가며칠동안말안해도되는그런관계가그립다.
내생각도말하고상대의의견도듣고싶다.그러나,
남편은차려놓은아침식사를말없이먹고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