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주세요

가야할때가언제인가를
분명히알고가는이의
뒷모습은얼마나아름다운가

(이형기의"낙화"일부)

막달라마리아가무덤밖에서서울고있었다.
울다가몸을굽혀서무덤속을들여다보니천사들이있었다.
"여자여,왜우느냐?"
"누가우리주님(시체)을가져갔습니다.어디에두었는지모르겠습니다."
이렇게말하고뒤로돌아서는데,
"여자여,왜울고있느냐?누구를찾느냐?"
마리아는그가무덤을지키는경비원인줄알았다.

"마리아…"
누군가가다시그녀의이름을불렀다.그제야그목소리의주인공을알아차렸다.
"선생님!"

부활절이되면어김없이읽는성경구절이다.
그런데,

이번부활절에는특히예수님이"마리아…"라고부르시는그목소리가내귀에도들리는듯하다.

내가그의이름을불러주기전에는
그는다만
하나의몸짓에지나지않았다

김춘수시인의"꽃"이라는시첫구절이다.
성경을읽으며,그것도가장슬픈대목을잃으며,나는문득이시를생각했다.

내가그의이름을불러주었을때
그는나에게로와서
꽃이되었다

예수를믿는것도일종의연애다.예수를좋아하지않으면믿어지지가않는다.
나는오래전에예수를만나좋아하는사이가되었는데(commitment),
그후항상만족감(contentment)이따랐다.
연애감정이었다가점점그를신뢰하게되고,이제는나의안식처가되었다.

우리들은모두
무엇이되고싶다
나는너에게,너는나에게
잊혀지지않는하나의의미가되고싶다

예수를믿는것은그와관계(relationship)를맺는것이다.
사랑하는관계.
예수의죽음을보며,마리아는그모든관계가사라짐에너무슬펐을것이다.

나라도그랬을것이다.
우리모두는세상의관계속에서서로잊혀지지않는하나의의미가되고싶은것이다.

예수님은울며다가오는마리아에게이렇게말씀하셨다.
"내게손을대지말아라.
내가아직아버지께로올라가지않았다.
이제내형제들에게로가서이르기를,내가나의아버지곧너희의아버지,
나의하나님곧너희의하나님께로올라간다고말하여라."(요한복음20장17)

나의아버지가너희의아버지,그러니우리는형제,이것이우리의관계이다.
그러면서도자신의몸에"손을대지말아라!"하신다.무슨뜻일까?

이것은새로운관계를의미한다.
육신으로세상에있을때와죽음으로영적인나라에있는변화된관계…

그리고
바로이런진실을다른사람에게전하는것이세상에남아있는자의의무라는의미.

나같은암환자는죽음을받아들이는것이당면한문제이다.
슬프고힘들다.

죽음은

내가지금까지세상에서지녀왔던관계를다끊어야하고,그관계를잊어야하기때문이다.
잊혀진다는것이슬프지만할수없다.

그런데,
죽음은또한"새로운관계"가될수도있다.
위의마리아와예수님처럼.
사람의아들로서의예수님육신은죽었다.그러나하나님의아들로서의예수님은부활하여우리와만난다.

이것만이산자와죽은자가관계를맺을수있는방법이다.

예수님은그래서새몸을입고부활할그때까지"내몸에손을대지말라"고하신것이다.

많은위로가되었다.

내가죽어도세상에서사랑하던사람들을그리스도안에서만날수있으니까.

지난일년동안BSF(BibleStudyFellowship)라는구룹에서성경공부를했다.
이제,5월이면끝난다.

요한복음한권만가지고일년을공부했는데,나는성경지식보다깨달음을달라고간절히기도했었다.

감사하게도,거의마지막부분에서이런깨달음을주셔서함께나누고싶었다.

시(詩)는,

예수님과연애하던생각이나서적어본것이니,어울리지않는다고나무라지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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