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올라가는길에,
테네시에사는남편의미국친구를만났다.
그는학생시절내남편과같은연구실을썼었고,박사학위도거의비슷한시기에땄다.
그도회사에근무하다가늦깎이학생이되었는데,
40이넘어졸업하고대학교수가되고나서야아시아계여자와결혼을했다.
그러나그결혼은얼마못갔다.여자가바람이났다고했다.
이혼을하고나서는내내싱글이다.
키가크고눈이멜깁슨처럼생겼는데,목소리와말투가점잖고발음도분명해서아주듣기가좋다.
또한그는내남편영어를제일잘알아듣는미국사람일것이다.
"내가미네소타에서자랐잖아요.거기는베트남사람들이많아서그들과친구하며외국엑센트를익혔지요.
지금도회사에서미팅이있으면가끔씩제가통역을합니다.중국사람이나외국인이하는영어를보스가잘못
알아듣거든요.하하."
4년전에만났을때는아주분위기있는백인여자쥬디랑사귀었는데,
이번에는혼자나왔다.그래서조심스럽게,
"쥬디는잘있어요?"
"아,헤어졌어요.서로싫어하지는않았는데,그녀주위사람들이복잡해서…"
그는자초지종을설명했다.
그녀의딸이어쩌고,딸의보이프렌드가어쩌고,그보이프렌드의친구가어쩌고…
그럴땐전혀50대박사님같지않고그냥엄마께뭔가고자질하는소년같았다.
쥬디와헤어진후에동남아여자와사귀었는데,
내가암진단을받던날,
그여자도배가아파병원에실려갔었다.그걸어떻게알았냐하면,
그가애인간호하느라학회에못참석한다고내남편에게전화했던것을기억하기때문이다.
당시내남편은병원복도에나가서전화를받으며"야,내와이프는암이란다,암!"하고소리쳤었다.
그래서,
그녀의안부를물었다.헤어졌다고했다.
그녀는다행이담석증이었다고한다.
"그럼지금은걸프랜드없어요?"내가묻자그는기다렸다는듯이,
"있어요.중국여자인데애가둘달렸어요."
미국사람들이말하는걸프렌드는’동거녀’와비슷한의미이다.
"또중국여자?"
그가끄덕이며웃는다.
"언제결혼할거냐고물어도되요?"
"결혼은안해요.이건비밀인데…아무한테도말하지말아요,사실은…"
중년의사나이가목소리를낮추며말한그여자에대한비밀,아무에게도말하지말라는그비밀,
사실별것도아니었다.
첫아내도아시아계여자.
그리고최근에만난두명의걸프렌드도중국여자라서,그취향이궁금했지만더묻지는않았다.
오십대중반에
결혼은안하고,6천스퀘어피트(약160평)가넘는큰집에서혼자사는남자.
(혼자사는지아니면중국애인과그녀의아이둘과함께사는지알수는없지만…)
깊은눈과눈가의잔주름.
그것이그를지혜롭게보이게도하고,쓸쓸하게보이게도한다.
그를바라보며나는,
저남자가사는법이현명할까,아니면내남편이사는법이현명한가를묻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