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먹으며…

오랜만에,
정말오랜만에옛날짜장면을먹었다.
미국시골에사는나는맛있는짜장면을먹을기회가거의없는데,

가끔씩한국드라마를보다가짜장면이나오면너무먹고싶어화가날지경이다.
"한국드라마에는먹는장면이너무많아.배우들이저음식을다먹을것도아니고,남으면누가먹을까?"
별별잡생각을다하다가정못참겠으면인스턴트를해먹기도한다.

그래서,

한국에나가거나미국대도시의한인타운에가면짜장면,냉면,순두부,제과점을찾아가기도한다.

워싱턴에서알라바마의이웃을만났다.
아이들이같은동네에살기때문이다.
그분이버지니아의아난데일한인타운에맛있는짜장면집을알아놨다고해서우리일행다섯이거길갔다.

두남자가옛날짜장면곱빼기를시켰고,한남자는삼선간짜장에밥한그릇을시켰다.
한여자는보통짜장면,나는우동을시켰는데,짜장과짬뽕사이에서고민은별로없었다.
옛날짜장면이$3.99.곱빼기가$5.99.
"아이구맛있어,맛있어,배터지겠네."하면서다들먹어치웠다.

남편들이곱빼기를시킨이유는젊었을적을회상하며도전(?)해보고싶어서라고했다.
짜장곱빼기.
짜장곱빼기에는부요함과가난함이다담겨있었다.
그것을시켜먹고만족했던사람도,그것을바라보기만했던사람도모두행복했었다.

못먹은사람은언젠가그것을시켜먹으리라는희망으로…

우리모두는짜장면곱빼기를그리며그어려운시절을잘견디어냈다.
다섯글자의추억,
어느누구라도’짜장곱빼기’다섯글자에대해한가지씩은말할수있으리라.

그짜장면집에는탕수육도있고나조기도있었지만우리는오직짜장면에만도전했다.
뱃고리를남겨놨다가옆집제과점에가서팥빙수를먹기위해서다.

제과점에는눈이휘둥그레지게사람과빵이많았는데,

오랜만에밑구멍이보일것같은짧은치마를입은젊은애들도보았다.문득,

짜장곱빼기가미국애들이라면한국애들은’다꾸앙’같다는생각이들었다.

내가사는알라바마의한국가게에는일주일에한번씩크림빵과단팥빵이큰도시에서배달되어오는데,

그래서나의고민이란고작크림빵을먹을까단팥빵을먹을까뿐이었다.

그런데여기빵집에서는다르다.
우리는온갖유혹을뿌리치고예정대로,

과일과팥이잔뜩들어간머리통만한팥빙수를두개시켜나눠먹었다.

그러고도소화가잘되었다.
조미료와밀가루가범벅이되었을짜장면과우동,그리고차가운팥빙수.
내배가도저히적응을못할것같았던이먹거리들이뱃속을하나도괴롭히지않았다.
이상하다…
신나게수다떨며먹어서그런가?아니면,저막걸리땜에?

"순대도맛있게하는집이있어요."
이순대도알라바마에서는못먹어보는거다.
그래서일요일예배후순대집에갔다.
음식이내입에는짰고,장바닥에앉아순대를먹던추억이없어서그런지기대한것만못했다.

그러나그럭저럭소화는되었다.

집에오는길에한국화장품가게에들렀는데,
지금까지딸들이사줘서바르긴했지만,한국화장품너무비싸다.

왜이렇게비싼거야?

4불짜리짜장면먹으러나갔다가400불을쉽게털리고돌아오는곳.

시골쥐인나는그래서대도시가겁난다.
요즘한국에나가면주머니에서돈이술술빠지는것같은데,
한국도옛날고향이아니듯,
미국의한인타운도향수를달래고추억을먹기에는부담이크다.

(사진은같이갔던친구가찍은것인데,이부지런한친구땜에짜장면포스팅도그럴듯하게보인다.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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