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여섯과 예순 하나
조카가왔다.
한번도미국에안왔었던아이를고등학교(10학년)에넣었는데하루를보내고오더니,
"고모,언제면제가영어를좀알아들을수있을까요?"
"글쎄…적어도일년?"
"아…네…"
열여섯의얼굴에여러가지표정이겹친다.
시차적응도못하고사흘만에등교,
그다음날에드가알렌포우의18개단편소설독후감시험을치르고나왔다.
여름방학과제(summerreading)인데,18개는커녕하나도제대로읽지못하고본시험.
조카못지않게나도답답해지며,과연이게잘하는짓인가회의가들기도한다.
아직한주도안지나갔는데…
지난겨울에나는우울증이생겼었다.
하루종일혼자서책읽고음악듣고먹고싶을때먹고,자고싶을때자면서
아무에게도방해받지않는그런삶,그동안얼마나꿈꾸어오던삶이었던가!
그런데,
정작그렇게살게되니까무기력해지고,갑자기7-80노인네가된듯한기분이되었다.
그래서미국에오고싶다는조카를데리고있겠다고했다.
그러면서도조카가본격적으로유학수속을시작하자불안해지기시작했다.
"내가왜고생을사서하려고하는가…"
가정부에운전사,가정교사까지해야하는고달픈삶을자청해놓고너무불안했었다.
그러나이미그삶은시작되었다.
"숫가락하나만더놓으면돼."
옛날사람들이흔히말하던그런간단한계산으로는안된다.
새벽6시아침식사준비로시작해서그다음날새벽한시까지
나는조카와함께고등학교공부까지해야한다.
"하나님,저애를훌륭한인물로키워주십시오."
이것은나를위한기도이기도하다.
이런원대한포부라도갖지않으면지금의이일을계속할수없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