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도착한지사흘만에등교하기시작한조카.
일주일의학교생활을마쳤다.
"재미있어요,시간이어떻게가는지모르겠어요.아…영어만잘알아들으면참좋을텐데…
고모,언제쯤이면농담을알아들을수있을까요?"
뜻밖이었다.
매일비슷한말을했다."재미있어요."
제이슨(조카가한국서부터지어온미국이름)은사교성이아주좋았다.
처음보는한국어른들에게도예의바르게인사를하고,
미국사람들에게도서슴없이자기이름을대면서악수를하고,
서투른영어이지만대화를하려고노력한다.
그래서인지학교에서미국여학생들간에이미인기짱이라고어떤한국엄마가귀뜸한다.
영어를말하는데겁이없어보였다.
다중문화(multi-culturalfamily)가정에서자란아이들의장점인가?
내올케인제이슨의엄마는타이완사람이라집에서는내내중국어만썼다고한다.
제이슨은친정조카이지만사실상그가미국에오기전에우리가만난것은10번도안되는것같다.
왜냐하면
그가태어난17년전에나는이미미국에있었고,
한국엘겨우4,5년에한번씩갔으니까그때마다한번씩보았다고해도7,8번정도인것이다.
내가다닌교회의다른학생들보다더모르는셈이다.
이번학기에제이슨의학교에만한국학생이4명이나왔다.
제이슨빼놓고나머지는다여학생이다.
이곳알라바마에도조기유학생들이꽤많이왔는데,
초등학생들은부모가따라왔고,중고등생은홈스테이를하거나친척집에산다.
한학기마치고한국으로돌아간고등학생도있고,
부모의안식년휴가(대개이곳대학에교환교수로온다)가끝나돌아간초등생들도있다.
이들대부분은컴퓨터와아이폰을들고설쳐댄다.
한국서부터온갖"한국식정보"를다수집해서들고와자기들말만하지,
현지의우리말은안들으려한다.
영어는안되고답답해서그런줄이해는하면서도,왜저렇게잘난척을하나…싶다.
그래서조카더러한마디했다.큰맘먹고…
"얘,너우물안개구리가무슨뜻인지알지?"
제이슨은우선영어가딸리니까영어과외를시켜야했다.
한국처럼좋은대학에들어가기위한경쟁이아니라,
미국학교수업을받기위한기본을만들어주기위해서다.
한국에서온학생들은처음에는수학실력으로영어의부족한점을메꾸어나가는데,
수학을한국에서도못하던학생들은미국학교적응이더욱어렵다.
이공계교수인내남편이제이슨의수학숙제를봐주는데,
매일일정한시간을할애해서영어부터가르쳐야하기때문에
바쁜남편으로서는큰일인셈이다.
한국의교수아빠가자기고등학생아이수학숙제를매일봐준다고생각해보라!
그래서할수없이수학과외도시키기로했다.
내가다니는남편대학의체육관에제이슨을등록시켰다.
이체육관은내아이들이제일부러워하는알라바마의덕목인데,
올림픽규격실내수영장은물론온갖최신시설이다갖추어져있으며,
회원들에게는모든강습이무료다.강사도라이센스갖춘전문가들이다.
그래서
한여름에에어컨이시원하게나오는그실내체육관트랙을뛸때마다
이런좋은시설을주신하나님께감사하는기도가제일먼저나온다.
체육관에제이슨을등록시켰지만,
정작주중에는수요일하루를빼놓고는운동을할시간이없다.
아침6시반에집을나서서학교와과외를끝내고집에돌아오면저녁7시가되기때문이다.
일주일에네번과외.
수요일은교회에가라고학교숙제도많지않고,과외선생도교회에가기때문에
수요일방과후만이유일한자유시간이다.
나도제이슨과똑같이바쁘다.
한가하게앉아블로깅할시간은물론,골프치러갈틈도없다.
남편과둘이소꿉장난하듯간단하게살던살림이라
갑자기고등학생이있는가정으로돌아가려니쉽게적응이안된다.
무엇보다힘든것은내스케줄대로살던삶을조카의스케줄대로살아야하는것이다.
사실상나의삶이도둑맞았다.
내아이들셋을기를때도시간에쫓겨울며불며다녔는데,
그때는하나도안도와주던남편이지금은틈틈이도와주는데도정신없이바쁘다.
문득문득팔자늘어진제이슨엄마생각이나서내가"미친년"이라는생각이든다.
한국교육현실이마음에안들어미국유학을보낸다고하지만,
어쨋거나한국엄마들은아이를학교나학원에보내놓으면
아침부터밤중까지하루종일자기시간은프리가아닌가?안그런가?
나는조카를데려다잘길러보겠다는각오로시작했지만,
친척이아닌다른홈스테이가정은
단순히빈방이있으니까숫가락하나더놓고월1,2천불정도의비용을받아
가계에도움이될까하는단순한마음으로시작했다가아주힘들어한다.
한국의부모들은
자기들이짊어졌어야할사춘기아이를떠맡는정신적고통의값은모른척한다.
오히려그들은리모트컨트롤로아이와홈스테이맘과의사이를거북하게한다.
그래서나는그들"홈스테이맘"이측은하고한편으로는기특하기도하다.
흠…사실나도그들중에한명이되었지만…
어줍잖은사명감이라도있거나아니면직업적으로나서야이일을한다.
그래서항상기도한다.
나에게사명감을달라고.
그리고,
말많은부모들을위해서도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