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쉽게탈출할수있는방법중의하나가음악회에가는것이다.
다른내가되고싶을때,
나는옷을차려입고음악회에간다.
조카들이세명이나집에있는주말,
밥도안해놓고,간식도안해놓고그냥집을나왔다.
이렇게하는것이행복이라고어떤이웃블로거가말했던가…
나만을위한금요일.
지난여름내린집중호우로내쉬빌심포니의홈로라터너컨서트홀이물에잠겼다.
그때스타인웨이피아노도몇대가물에잠겼고,컨서트홀은아직도보수중이다.
그래서내쉬빌심포니는피난민처럼여기저기연주회장을전전하고있다.
그날밤은,
립스콤대학오디토리엄에서베토벤의피아노콘체르토5번이연주된다.
아주소박한오디토리엄.
너무소박해서초청피아니스트안드레와츠에게좀미안한생각이들정도였다.
우리는제일싼35불짜리발코니좌석을샀는데,들어가보니바로피아노와지휘자를빤히내려다볼수있는곳이었다.좌석이없어떨어져있는표를샀건만,다행이우리는나란히앉아서황제처럼감상할수있었다.
네쉬빌심포니는시작전에꼭미국국가를연주한다.
워싱턴의내셔날심포니도안그러던데,테네시는애국자가더많은가?
아무튼,
나는미국국가가사를다까먹어흥얼거리다앉았다.
레파토리가다재미있었다.
1부는차이콥스키의로미오와줄리엣서곡,번스타인의웨스트사이드스토리심포닉댄스.
2부에서드디어안드레와츠가등장,
베토벤의피아노협주곡5번"황제"를연주하는데,
바위가터지고샘물이솟아나는듯한도입부다.
소름이좌악…
잘생긴늠름한황제가성큼성큼우리에게다가오는듯하다.
뚜껑을열어놓은그랜드피아노속에방망이가춤추는것이보이고,
그속으로내가빨려들어갈것같았다.
귀가먹은채로베토벤은이웅장하고아름다운곡을작곡했었다.
귀먹은베토벤의마음에는이위대한음악이흐르고있었고,
지금,
나이먹은내마음에는감상이흐르고있다.
수많은꿀먹은벙어리의마음속에도뭔가힘찬웅변은있을것이다.
귀가먹은베토벤이이곡을연주할수없게되자,
그의제자체르니가대신피아노를쳤다고한다.
그후지금까지수많은피아니스트와오케스트라가베토벤바이러스에걸려이곡을연주해왔다.
베토벤이여,
나도그대처럼바이러스를퍼뜨리고편안히잠들고싶다.
피아니스트의종긋거리는입놀림과지휘자의탄식,
악사들의손가락움직임과심지어악보까지도보였는데,
그중에눈이깊은비올라주자의프로필이멋있었다.
그의손가락을보니금반지가반짝한다.아,임자가있네…
음악회에오면항상내아이들중하나도음악가가되었으면좋았을걸하는아쉬움이든다.
사위라도혹시안될까.
음악회끝은항상미련이남아서,
호기있게들어갔던문으로알딸딸해서나온다.
앞서가는미국여자의발에조리가신겨져있었다.
이제는음악회에도조리를신고오는구나…아니,
구두로바꿔신는것을깜박잊어먹고나왔을지도…
몇년전,
한국에나가서온누리교회엘갔는데,가서보니내가구두를짝재기로신고온것이었다.
한쪽은샌들,한쪽은그냥평범한구두.둘다밤색.
돌아오는길은졸음과의싸움이었다.
산길의달빛은찬란했지만,
그래도졸음은쏟아졌다.
남편은드디어뽕짝을흥얼거리기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