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아,오래좀가거라…"
며느리감이온다는데보여줄것이단풍밖에없으니,
비바람이칠때마다잎이많이떨어질까봐걱정을했다.
번듯한가구하나없이그저자연만을집안에들여놓고사는우리집,
그래서단풍잎이떨어지거나꽃이지면가슴이조인다.
며느리감이오기전날밤,
최저기온이영하근처까지떨어진다고해서밖에놓았던꽃화분을차고에들여다놓으며
다시한번며느리를그려보았다.
예쁜꽃도보여주어야지…
공항에서,
아들과어떤아가씨가손을잡고나오는데마치영화의한장면같았다.
둘이는참잘어울리는연인이었다.
그녀는영화배우처럼예쁘지는않았지만세련되었고,
케주얼을입었지만품위가있었다.
빙고!
더이상좋을순없다!
"어디다이어반지좀보자."
다이어몬드만딱박힌아주간단한반지였다.
"옆에보조로끼는반지,그걸해줘야겠네…"
"아닙니다.저는이대로가좋아요."
말도담백하게한다.
딱4시간만있다돌아가야하는스케줄.
집에서밥차리면이야기할시간도없을것같아식당으로갔다.
남편과아들은스테이크를시키고,
나는파스타를시켰는데,그녀도파스타를시킨다.
"스테이크를시키지그래?"
"저는이파스타가먹고싶었어요."
지금생각해보니,
쌍칼질하는아가씨보다는파스타를먹는아가씨가더단아해보일것같은데,
그녀는이미그것을알고있었던것일까?
스테이크에따라나온샐러드와스프도맛있었는데(나는남편과아들의것모두맛보았으니까),
그녀에게하나더시켜줄생각을못했던것이아쉽다.
나중에집에들러차와과일을드는데,
사촌형제들과도스스럼없이대화를잘하고자기가족이야기도슬쩍슬쩍비친다.
자기들끼리는영어로대화하지만,
우리와는한국말로이야기했는데,한국말이서투른아들이오히려어리둥절해한다.
가끔씩그녀가살짝살짝영어로설명을해주면아들이끄덕거린다.
앞으로는그녀를통해야아들과의대화가잘될것인가…
비행장에데려다주고돌아오는데,
그제서야아차,사진찍는것을까맣게잊은것을알았다.
카메라를하루종일가방에넣고다녔는데…
속이상해서딸에게전화를했더니,
"걔네들약혼할때찍은사진도다잃어버렸잖아요.그러니그때얼마나속이상했겠어요?"
파리까지가서아들이프로포즈를했었는데,
그때사진찍은카메라를잃어버렸던것이다.
집으로돌아오니긴장이풀려저녁밥생각도없었다.
떡볶이를해서조카에게주고,나는뜨거운물에밥을말아먹었다.
"당신은어땠어?"
"좋았어.큰일하나치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