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어려운 편지
아버님,어머님,
이번휴가를기회로만나뵙게되어참으로기뻤습니다.
처음뵙는데도불구하고가까운느낌이들었는데
**랑결혼한후한가족이될날들이기대됩니다.^^
어머님,주신선물너무나도감사하구요,
아버님,따듯하게맞이해주셔서감사합니다.
항상행복하시고건강하시기바랍니다.
미래며느리,
이**올림
(인터넷시대며느리라서그런지^^표시도했다.ㅎㅎ)
미래며느리에게서온ThankYou카드.
밥상위에놓고왔다갔다하며들여다보는데흐뭇하다.
가까운느낌이들었다는게제일좋고,
그래서한가족이될날이기대된다고하는말에는내가슴도설렌다.
"아니,벌써아버님어머님이라구불러?"
"그럼뭐라고불러요?당신35년동안이나아버지소리들어왔는데,
이제와서아버님,그러니까부끄러워져요?"
카드를읽으며서로팅팅거리는데시부모가되는어색한기분을감추느라고그러는거다.
첫딸을낳고내호칭이’애미’로바뀌었을때도이렇게어색하지않았는데…
스물일곱에엄마가되었을때는하나도안수줍었는데,
육십이넘어시어머니가되려니왠지좀수줍다.
나는아무생각없이시부모님께편지를썼다가혼쭐이났었다.
혼난이유는,
우선,편지쓴어투가건방지다는것이었고,
감히어떻게시부모님께편지를쓰냐는것이었고,
글씨가왜그렇게개판이냐는것이었다.
나는중학교때부터부모님과떨어져편지를쓰기시작했었는데,
그것은내일기이기도하고,
친척과살면서고자질일때도있었고,
외로움의호소일때도있었다.
아무튼나는뭐든지써서부모님께보냈었다.
당연히부모님은내편지애독자였고,아버지께서는항상답장을해주셨다.
그래서,
편지쓰는일이밥먹는일처럼자연스러웠는데,
시부모님께버릇없는일이라는꾸중을듣고나서부터는
시댁식구들에게는물론외국에오래나가있는남편에게도편지를안썼었다.
‘미래며느리’의땡큐카드에이렇게몸둘바를모르니
나는좀체신머리가없는’미래시어머니’인가?
그나저나,
‘미래며느리’가자기의편지를공개한것을알면어떻게생각할까?
설마나를야단이야칠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