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먼지처럼나부끼는쓸쓸한저녁.
우동을그릇에담으려는순간전화가왔다.
"미세스유가갔어."
심각한말투의김집사가전화기저쪽에서내반응을살핀다.
"아…가셨군요.전화목소리나한번더들을껄….잘가셨데요?"
"응…별고통없이갔나봐."
흔들리는손으로남편과조카의국수를겨우떠주었다.
그렇게가네…
내인생선배,그리고암선배.
그녀가난소암이라는소리를들었을때,믿기지가않았었다.
자신의건강관리를철저히했을뿐만아니라,나에게도항상주의를주었었으니까…
운동많이하고,적게먹고,게으르지말고,남욕하지말고…
"나는요즘휴먼빙(humanbeing)이아니라휴먼두잉(humandoing)이야."
그녀는7년2개월동안의난소암투병을하면서정구도치고,골프도치고,
철따라정원에꽃도심었다.
"머리가빠졌다다시나왔다하는것말고는우리보다더건강해보인다니까…"
그녀친구들의말이었다.
그녀는내글의애독자.
"여기이문장말야,그백인영감들그냥밉다고하지말고,’콱죽어버렸으면좋겠다’고하면어때?
자기그렇게잘쓰잖아."그래서그녀의충고대로고쳤다.
그고친글로상을받고둘이좋아했던기억이난다.
예전의습작부터지금의블로그까지내내읽어주던내글의애독자가한명없어졌네…
그녀는때론교양없는나를통해카타르시스를느끼는모양이다.
"싸울때영어가잘된다며?한번해봐,지금."
"아이참…지금누구랑싸우라구요?"
"그렇지,참…돈이엄만좋겠다,영어로싸움도잘하고…"
자기가영어는훨씬잘하면서도날더러좋겠다고하는그마음.
누구와싸워보고싶었던것이었을까?
"키모를너무받아서이제는듣지않는가봐.골수가나갔데."
몇달전,담담하게말했었다.
"조금만더버티세요.기적의약이나올거예요."
"그래도난매일아침걸어.저이(남편)말이,피가안만들어지는데도어떻게기운이나는지참신기하데…"
그녀의남편은의사다.
"이만큼살았으면됐어.우리아버지80넘어사셨어도자기재미와자기좋은것외에,
남을위해산것별로없는걸보며,오래사는게뭐그리좋을까하는생각도하게되."
그녀는좋은목소리로노래를잘불렀고,
바느질솜씨가좋아서투피스를직접만들어입기도했으며,
의사아내로서보기드물게알뜰했고,
두아들에게는든든한정신적후원자였다.
주위의미국친구들에게는한국인의좋은이미지를심어주었고,
나와내가족에게는좋은상담자가되어주었다.
기독교신앙을지키고,구제와자선을즐겨했는데,
"선생님,천국에가서부인을만나려면어떻게해야하는지아시지요?"
부고를받고,전화를드리면서이렇게말씀드렸더니,
"무슨말을하려는거야?"하신다.
"천국에서우리다만날준비하자구요…"
잠시후면우리모두천국에서만나겠지…그위로밖에는없어.
Seeyoula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