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리라, 열릴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
아직저녁은안되었지만,보통전날을이브라고하는데,
남편은콘도로비에있는컨퍼런스룸에가서책을보고,
딸은스타벅스에가서업무를보고,
둘째딸과조카제이슨은쇼핑몰에가고,
아들은오늘도근무다.

나혼자남은조용한집에서일만하기가아까워컴퓨터앞에앉았다.
똑똑똑.
누구세요?
둘째딸이코트를바꿔입으러들어왔다다시나갔다.
똑똑똑.
누구세요?
남편이졸린다고커피한잔만들어들고다시나갔다.

앉아서뭘좀보려고하면자꾸문열러나가야하는것이짜증이났는데,
그러다가문득,
누구세요?하면서문열러나가본것이얼마만인가하는생각을해본다.

미국에와서그래본적이있었나?
아마도아이들학교근처아파트에살적에그랬을것같다.
그후로는?그럴기회가없었던것같다.

식구모두가열쇠를가지고다니는지금,주부가문열어줄일은더더구나없어졌다.
그래서문두드리며,엄마나할머니가나올때까지기다릴인내심도점점없어지는것같다.
그리고지금의우리아이들처럼,

나가서자기들끼리사는형편에는열쇠가있더라도,
엄마?
하며문을삐끔이열고엄마가있는가없는가확인하는재미도없어져간다.

강아지.

주인이들어서면문가로달려나오는강아지.
그래서젊은이들은결혼은안하면서도강아지는열심히기르나보다.
어제밤도,오늘아침도,
딸콘도주위에는강아지를데리고걷는처녀총각들이눈에자주띈다.
끌려가는강아지는좋아서으시대고…

그젊은이들은강아지에대한책임감과사랑은있어보이나외로워보인다.

그들편에서생각해보면,
결혼한다해도일하는아내나,남편이강아지처럼집에서꼬박꼬박반겨주지않으니그런다해도,

말도안통하는강아지새끼와함께외로움을달래는건좀비겁하다.

그걸보며,

나는식구들에게얼마나많이문열어주는엄마노릇을하고살았던것일까생각해본다.
내가뭐한번되어보겠다고뿌르르’사회생활’로뛰쳐나가문도못열어주었던동안,

가족에게가정의따스함을새기게해줄기회를놓친것은아닐까?
내가족도문두드리는일을잊은것은아닐까?

크리스마스이브에,
텅빈집에앉아식구들이빨리돌아와문두드려주길바라고있다.
문열어주는수고를기꺼이하고싶다.
똑똑똑…

누구야?
누구든지돌아와문두드리면얼른달려나가열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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