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이야기

"쌓였다!"
커튼을열며나는아이처럼소리쳤다.
눈덮인세상.
한국에서는지겨운눈일지모르지만,
알라바마의눈은모든사람이흥분하며기다리던눈이었다.
10센티의눈은학교도,교회도,관공서도모두문을닫게했다.

무려2시간이나사진을찍었다.
흰색을너무많이봐서그런지,아니면배가고파서그런지
머리가아프기시작해서늦은아침을먹고다시또사진찍기시작,
베터리가다될때까지찍었다.

"눈이와서아무데도못가면’울지마,톤즈’를보세요."
이웃에게서이메일이왔다.
지난주미장원에갔을때성당다니는분이건네주었던DVD가있어서그걸틀었다.
이미인터넷에서보았던스토리,그런데도첫장면부터뭉클하더니눈물이나기시작했다.
에라,울자.

중간쯤에조카가슬그머니없어졌다.
"너,끝까지안볼거니?"
자기방으로돌아간아이를불러내리면서,문득이럴필요가있나?생각했다.
나의감동을남에게강요하다니…
그러나,착한조카는끝까지지키고앉아서보아주었다.

"우리같은늙은이는여태뭐하고살았나생각해봐야하고,
너희같은젊은이들은앞으로어떻게살아야하나생각해야할것이다."
참지못하고드디어설교한마디.
그래서인지,

조카는영화가끝나도계속내주위를빙빙돌며자기방으로가지를못했다.
"올라가서너하고싶은거하지그래!"

"저렇게재주많고유능한일꾼을하나님이왜일찍데려가셨는지알수가없습니다.

나는70살이잖아요.나를데려가시지…"
서양신부님이한국말로그렇게말씀하셨다.
영화를보며나도그런생각을내내했었는데…
재주도없고남을위해하는일도없는내가,오래살궁리만한것이부끄러워진다.
나혼자부끄럽기가뭐했던지,요즘말많은정치신부들을떠올려그들까지끌고들어갔다.
"그사제들은이영화도안봤나?"

(사실,신부와사제가어떻게다른지잘알지도못하면서이런호칭을쓰고있다.)

3년전,눈오는날에이런짓을한적이있었는데,오늘또했다.장미까지꽂아놓고.

"사랑은이야기입니다.

가족들은모이면마냥이야기꽃을피우잖아요.
반면,세상에서는따지기만합니다.논리를내세울때는이미사랑이아니지요."
어떤목사님의말씀이떠오른다.

조카한별이와내딸진경의생일이1월같은날.제이슨이누나들에게보내는메세지를쓴다.

톤즈아이들과이태석신부,그들의관계는이야기였다.
함께어울려지지고볶으며사는사랑이야기.
같이사는것이사랑하는거다.

그걸보며가슴이따끈따끈해지면서도나는자꾸,

후원금을내야할텐데,얼마를낼까,따지고있었다.

눈속에갇힌밤.
화이어플레이스에불을지피고,
팝콘을튀기고,
대학풋볼결승전을본다.
알라바마에사는사람으로서는더이상바랄것없는완벽한겨울밤이다.

그러나,

눈오는밤.

사람속에있고싶다.
사람사는이야기를듣고싶다.
그리고감동을나누고싶다.
이야기가있는곳에사랑이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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