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보이는모텔있지?거기서하룻밤잤던것생각나?"
개울가에아담하게자리잡은이층집을가리키며남편이물었다.
"언제?저렇게분위기있는여관에서우리가잤다고?나랑잔거맞아?"
남편은대꾸도않고길건너편맥도날드로들어가버렸다.
우리는,
스모키마운틴의체로키인디언마을,카지노입구에있었다.
스모키마운틴끝자락,
거기조오지아와알라바마주의작은도시에산지도15년이되었다.
그동안적어도다섯번이상그산엘갔을텐데,
그여관에서잔기억이도통나질않는다.
"말해줘,언제,왜온거야?그것도우리둘이서만?"
"어느날갑자기,당신이어디안데리고간다고난리를쳐서왔었지."
하긴,
내가시시때때로’땡깡’을부리고나서,새까맣게잊어버린일이이것뿐만은아니지만,
그래도,
시냇가의고즈넉한여관에서자는경우는흔치않았기에,생각안나는것이안타깝다.
우리부부의여행이란,
아이들셋에다어떤때는부모님,조카들까지줄줄이함께다녔거나,
남편컨퍼런스쫓아가(내호텔비가공짜라서)
남편은학회에들어가고,
나혼자하루종일낮선도시를누비고다녔거나,
싼호텔,음식점등을찾느라고진빠진기억이대부분이라서
정말둘이서만무드를잡았던생각이안난다.
(위키피디아에서)
스위스의인터라켄.
30년전어느날저녁,우리는거기에있었다.
마침동행한어머니께서아이들을재우겠다고하시기에,
나는맥주한잔하러밖에나가자고남편에게눈짓을했다.남편은꿈쩍도안했다.
할수없이나혼자나와,멀리보이는카지노호텔의불빛을향해걸었다.
그야말로칠흑같은밤이었다.
무서웠다.
그러나,안따라나와준남편에대한분노는두려움도삼켰다.
그산골의낮선밤길을나는정처없이걸었는데,
가끔씩작은술집들을지나치노라면,은은한노래소리,술잔부딪치는소리,
연인들의속삭임이밖에서도들리는듯했다.
소설과영화에서보았던장면들이스쳐지나가며,
내가그무대에와있다는사실이,
여기까지와있으면서도무대밖에서쳐다보기만해야한다는사실이너무억울했다.
전설(傳說)대신가설(假說)이라도만들어보고싶었다.
아무리걸어도,카지노사인은가까워지지않고,
문득,카지노앞이호수가아닐까?하는생각이들어발걸음을돌렸다.
시린외로움속에서도도망갈구실은찾아낸다.
그날이후,
나는유럽을그냥찍고다녔다.
융프라우찍고,베른,파리찍고,런던…
운동화로찍고,카메라로찍고…
낭만에대해서생각을하면미칠것같았기에,
그냥찍자,찍기만하고살자…결심했었다.
2011년둘째날,
그잊혀진여관을바라보며,
찍힌가슴구멍사이로다새어나가버린낭만을생각했다.
낭만에대하여…
허나,이제그걸주어담기에는힘이부친다.
스모키마운틴을남에서북으로가로질러넘어가는441번도로.
그남동쪽입구에체로키인디언마을이있다.
미국원주민인디안중에서가장개화된부족중의하나였던그들은,문자도있었다
텅빈마을의한귀퉁이에서홀로춤을추는인디안청년.
관람객은백인두명뿐.
우리는차를타고지나가다가그광경을보고다시돌아가사진을찍었다.
사진만찍은것은,
날씨가춥기도했지만,그처연해보이는분위기를깨고싶지않아서였다.
두명의백인을앞에놓고춤을추는인디안남자.
그가,
체로키의모든역사를말해주고있었다.
인디언소유의땅에는카지노가허락되는데,그래서체로키에도카지노가있다.
거기는좀북적거린다.
그러나,
산넘어반대편의게틀린버그(Getlinburg,테네시주)의인파와비교하면,
체로키(Cherokee,노스캐롤라이나주)는시간이정지한마을같다.
게틀린버그스키장과체로키카지노.
거대한산을가운데두고양쪽산밑에자리잡은마을인데,
관광객은산을넘어다니며양쪽에서스키와카지노,두종류의문화를즐길수있다.
160여년전,
정복자백인의횡포에눈물을흘리며쫓겨났던스모키마운틴원주민체로키인디안.
그들은그땅을지키려고타협과양보,의회까지찾아가탄원을했건만,
결국미시시피강서쪽으로쫓겨나고말았다.
역사는항상독한자의횡포에의해만들어지고합리화된다.
지금도역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