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詩”, 사회문제 종합선물세트

강가에서건강한남자애들이놀고있다.
시체가둥둥떠내려온다.
치매걸린할머니가파출부를나간다.
중풍걸린노인네가가족과함께3층에산다.
이혼한딸의아들을떠맡아살고있는할머니,미자.

노인공주병으로보이는미자할머니는치매초기진단을받고도시가쓰고싶어시강좌에나간다.
동급생으로부터집단성폭행을당한여학생이자살을하고,
부모들은합의금으로문제해결을하고,
할머니는합의금을마련하느라중풍노인네에게성매매를한다.

자살,청소년성문제,노인성문제,이혼,결손가정,치매,도덕적해이…

정말,사회문제종합선물셋트다.

윤정희가어떻게늙었을까궁금해서본영화,시(詩).
그속에서주인공미자할머니는

그많은문제들을떠맡아허우적거리다시한편을남기고사라져버린다.
그녀가꿈꾸던시같은인생은어디에도없고,

농담같은세상에서

실날같은진실을찾느라고애쓰다사라져버렸다.

자살인가?

이영화보지말고차라리백건우피아노치는거나들을걸그랬다는생각을했다.
나이가들어서그런지무거운영화는보기가싫다.
강간,살인을하고도괴로운표정없이밥먹고학교가고,아무런감정의동요없이좁은집에서할머니와천연덕스럽게사는무서운십대.가책이나고통없이무심한그얼굴이정말소름끼친다.그런사람이어찌그아이뿐이랴…
그러나스위치를탁꺼버릴수없게만드는이유는,
영화속의아주작은제스쳐가’희망이있어’라고말하는것같았기때문이다.

예를들어,

윤정희가사과를깎는데요즘식으로토막을내어예쁘게깎느라고애쓰는것이아니라

두껍게둘러깎다가칼로한귀퉁이를쓱베어먹는장면,이건예전에우리할머니가하던식이다.

뭔가가식적인사과깎기에서순수한사과깎기로영화가전개되지않을까…하는기대가있었다.

또다른한가지는,손자가밥숫갈을내던지고일어서자할머니가묻는다.
"할머니가제일좋아하는게뭐지?"
"새끼목구멍에밥들어가는거요…"
그러면서손자가다시밥상에앉는데,나는얼마나안심을했는지모른다.

영화속에는이종합고통세트의처방약이없었다.
시처럼세상을보는것도,
농담처럼세상을씹는것도,
치매처럼세상을잊는것도,다약이안되는지,그냥

그종합세트를할머니어깨에지워놓고강물로뛰어내리게해버렸다.(투신하는장면은없다)

그러면서도이창동감독은,
우리의기억속어딘가에아련히남아있는할머니들의단순한행위를그해답으로슬쩍내비치며,

‘사랑은능히모든것을이기느니라’고말하고있다.

참,김희라의중풍노인연기는기막히게좋았다.그도이제는늙었네…

(사진은위키피디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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