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 허풍과 진실사이

조카제이슨의학교가오전수업만하던날,

같은학교에다니는미아의이모에게전화를했다.
"아이들점심사주고놀게합시다.오래간만에…"
같은학교에다녀도방과후따로만날시간이없었기때문이다.
"케빈이애들모두데리고우리식당으로와서점심먹기로했는데요…"
미아이모가말했다.

"케빈이누구지요?"
"케빈을몰라요?제이슨이랑제일친하다던데…"
케빈?혹시그아이?
"그애,작년에다른학교로전학갔다면서요?"
"네.텍사스로갔다가이번1월에다시왔대요."

조카는미국에도착한지며칠되지도않아서케빈을알았다.
학교의미국아이들이케빈을아느냐고물었다는것이다.그래서훼이스북에들어가알았다고했다.

"케빈에게학교생활에대해어드바이즈를좀받을까해서요."

"어드바이즈라…더이상너희학교에다니지도않는알지도못하는아이에게?"

느낌이묘했다.
나중에알고보니(훼이스북에는안난사실),

케빈은바로한인회파티에서미친듯이춤추고노래하던아이였다.

"그애가왜전학을갔는지고모의추측은두가지다.
첫째,문제가생겨서,즉,낙제를했거나학교규칙을어겼거나이고,

둘째는부모가수업료를낼형편이안되어할수없이공립학교로옮겼던지…아무튼,
지금너에게필요한것은케빈이라는아이에게도움을받는것이아니라고모가시키는대로하는것이야."
그랬었는데,
그아이가다시돌아와,조카제이슨과제일친하다는말을들으니정신이번쩍났다.
도대체케빈이라는아이가누구이기에제이슨이그렇게몰입하는가…

제이슨은항상차문을열면서,’잘다녀왔습니다,고모.’라고상냥하게말한다.
옆자리에올라타는그를보며,
"케빈이라는아이가다시돌아왔다며?"
제이슨이깜짝놀라며쳐다보았다.
"자…이제한국식당으로가서케빈과점심먹자.미아와선이,케빈이거기서점심을먹는다더라."
그말만하고나는가만히있었다.
잠시의침묵이흐른뒤,
"…어떻게아셨어요?"
"세상엔비밀이라는게없어!"
유치하지만,그렇게말했다.

"….사실,케빈이돌아왔다는것을말씀드릴까말까좀생각했었는데요…뭐별일도아닌것같아서

그만두었지요."
"음…그래?너랑친하다던데,별일이아니라고?"
"친하긴요…그냥학교에서만나면다른애들처럼인사하고지나는거지요."
"어쨋거나,남의집귀한아들,만나보지도않고편견을가지면안되니까지금보러가는거야."

케빈과미아,그리고다른한국여학생인선이가우리가들어서는것을보고눈을둥그렇게떴다.
그들과한테이블에앉았다.
"케빈,너는고3인데이렇게자꾸전학다녀도괜찮은거야?졸업이이제한학기밖에안남았잖아.

미국부모들도애들이고등학생이되면이사안가려고애쓰던데…"
직설법으로말했다.돌려말해서는10대를못당한다.
처음보는아줌마가딱딱거리는데도케빈은전혀당황치않고웃으며,
"졸업하는데는전혀지장없어요."
굵은목소리.부드러운한국발음.큰체격이전혀고등학생같지가않았다.

"그래서,어느대학에갈건데?"
"한국으로돌아갈거예요.연세대학이나고려대학으로요."
"그래?공부잘했나보구나!미국서4년학교다니고SKY대학들어갈수있다면공부참잘한거지?

그럼,GPA,SAT점수는얼만데?"

"스카이대학이뭐냐?"

내질문에는대답을안하고,케빈이여자아이들에게스카이대학이뭐냐고물었다.
제이슨이당황하며,
"고모,마치인터뷰하시는것같아요."

그쯤에서끝났어야한다.
그런데연고대라는말에나는,
"얘들아,너희들대박터졌다!대박!알라바마의시골크리스챤스쿨3년다니고한국에돌아가

연고대들어가면대박인거야,안그래?대박!"
아이들은’이아줌마가왜이러는거야?’하는눈으로쳐다보더니,
"아줌마,케빈공부잘해요!"
항의하듯여자아이가케빈을변호했다.
그러면서,케빈은SAT가2100,GPA가4.0이라고했다.

나는하마트면’니가직접성적표봤어?’할뻔했다.

"그런데,케빈,네가들어가고자하는연세대학교의그프로그램이름이뭐니?

나도그웹페이지에들어가알아보고싶어서그래."
"그거요?…잘생각이안나는데…제가한국말로는뭔지잘생각이안나거든요…"
"영어로말해봐."
케빈이빙글빙글웃으며여자애들을쳐다보았다.그러자여자애들이,
"오빠,그거,그거,있잖아…영어특기자…"

똘똘뭉쳐나에게대항한다.

"그럼원서를무엇무엇내는데?"
"지금안내요,그리고아무것도필요없어요.졸업증명서하구요,영어로인터뷰만하면되요.

영어로요!"
"SAT성적도필요없어?학교성적도?그럼너그좋은성적아까워서어떡하니?써먹지도못하고…"
아…나참유치하게왜이럴까…하면서도,
"얘들아,너희케빈오빠하는대로만하면,연고대문제없으니그대로쫒아해라!4년미국유학하고

연고대들어가면너희들정말유학잘왔다,잘왔어!"
"아줌마,나는한국안갈거예요."
미아가한마디톡뱉고,제이슨은고개를끄덕였다.

케빈.
그의부모는한국에있다.아버지는사업체를두개하면서돈만보낸다.
이모가살던알라바마에와서학교에다니다가,이모따라텍사스로갔다가,

반년만에혼자돌아와남자친구집에산다고한다.
불량해보이지는않지만,
생각나는대로아무말이나뱉고,자기의거짓말이들통이나도아무렇지도않다.
그천연덕스러움에소름이끼쳤다.

진심으로,

그가고등학교를졸업하면한국의연고대에들어가기를바란다.
거기가서,
사이버세계와현실세계를구분하는법을배우고,
아무렇게나생각나는대로말하면그결과로혼쭐난다는것도배우기바란다.
엄마젖많이먹고,아빠회초리도많이맞길바란다.
무엇보다도,
아무도없는이동네에서어슬렁거리지말아주길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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