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혼돈과 평화 사이에서

지진이일어나기전날,그레첸이말했다.
"인류가한마음이되는것은아마도외계인이침략할때가아닐까?"
"글쎄…만일외계인이와서자기들이지구인의조상이라고주장한다면그렇게도안될꺼야."
이말을한다음날일본에지진이났는데,
외계인이안왔어도아픈지구에사는같은지구인이기에우리는한마음이되어버렸다.
시간이갈수록지구의신음소리가심하게들리는것같아일이손에잡히지가않았다.

이와중에조카의봄방학이라아틀란타에갔다.

조카에게는CNN과조오지아텍,다운타운을보여주고,

나는찜질방과한인수퍼마켓에들러장보는것이주목적인데,

날씨도좋고시간여유도있어고속도로를타지않고산을넘어가기로했다.

아직도세상에는이렇게아름다운곳이있구나…
개나리,배꽃이만발한산동네를지나노라니일본지진으로울렁이던마음이조금씩가라앉기시작했다.

맨톤(Mentone,Alabama).
산꼭대기에있는평화로운마을.
크릭인디언의터전,여기도백인에게쫓겨난인디언들의’눈물의트레일’역사가있는곳이다.

인디언후예같지않은백인들이작은장을펼치고있었다.
사람도,차도쉴겸잠시멈추었다.

‘스카보로훼어’라는노래가생각나는곳.
파슬리,세이지,로즈메리,타임은작은화분에심겨있고,
빨강무,케일,무잎,이름모를노랑꽃이핀나물은비닐봉지에담겨있었다.

집에서길렀다는계란과유기농빵을샀다.하루쯤차에다놔둬도된다니까…

피클을만들어파는이아줌마는어딘가인디언피가섞인것같다.

드디어아틀란타에도착.

"우와,이렇게사람이많이다녀요?"
올림픽파크에도착하자,사람구경처음한것처럼조카가탄성을질렀다.
일곱달만에미국촌놈이되어버린조카,그의얼굴에화색이돈다.
알라바마에서자기학교,대학체육관,과외하는집만왔다갔다했던그가

대도시를보고싶다고해서방문한아틀란타.사람이많이그리웠나보다.
"너한국에서온아이맞아?"
그러면서도,

밀려오는사람들을보니까나도그들의기(氣)를받는지활기가나기시작했다.

젊은이들이대도시를좋아하는이유를알것같았다.

리비아에자유를!
CNN앞에서데모하는사람들,그들을지켜보고있는아틀란타경찰들.
"미국경찰은왜이렇게멋있어보이는거야?"
"경찰같지가않고무슨폭주족같아요.저흑두건쓴경찰좀보세요."
참지못하고’정의의폭주족’사진도한장찰칵.

일본의지진여파로온세상이뒤숭숭하고거기로만관심이집중되니

리비아가자꾸잊혀지려고하는데,그러면카다피만좋은거아닌가?

어쨋건,

이복잡한세상속에서도사람들은사랑을하고,시집가고장가가고,아이낳고,먹고,마시고,

우리처럼사람구경에정신이팔리고,

아,이러다가버리는것이인생인것을…

그러면서도우리는쫓기듯CNN센터안으로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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