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12.
마지막일기장을넘긴다.
경오년도이제꼬리를감추는구나.
또한해가…나는일기장을덮어버렸다.그리고눈을감았다.
고향!
눈시울이후끈해진다.이럴수가…
고향을등진지도45년.희망과의욕과패기에가득찼던그청춘,그시절.
그사람은이제석양을지난황혼속에주저앉아그저하염없는시름에잠겨있을뿐,세월도가고사람도가고강산도변했건만머리속을맴돌고있는고향은너무나그형태와그색채가뚜렷하기만하다.
어머니의모습이떠오른다.
할아버지의목소리가들려온다.
주람산꼭대기를떠도는따옥새의구성진가락,앞산미륵바위앞에서손자의성장출세를기원하던할머니의모습.
나는다시일기장을펼첬다.
일기장의여백에어머니의모습을그려본다.내머리속에또렷이자리하고있는인자한어머니의모습.꼭그려질것만같은데도…나는이때처럼화가가못된것을한탄해본적이없다.
반세기가까이소리높여외쳐보는절규다.그러나부조리한상황속에서그릇된논리를제멋대로밀어붙이는정치형태가과연통일의실을거둘것인가.소리는점점더거세어지나실속은아무것도없다.운동선수가왔다가고음악인이가고오는것이통일의거일보처럼떠들어대는정치쇼에국민들은오직허탈감에빠져들뿐이다.
큰소리에앞서서우선편지왕래부터라도시작하라.(6.25전까지는있었던것)
그리고헤어진가족상봉부터라도해보자.
중국을어이돌아수만리길,백두산정상에도봄기운은환연했다.
천지에는아직도바람에밀리는빙괴들이이리기웃저리기웃하고있었다.
저산넘어그곳은분명내고향인데도가야할산하가아니라니…
어머니이…외쳐보는나의절규.
그러나최상봉의허공에서는메아리조차없다.
지난추석절.
성묘가없는나는휴전선최북단의통일전망대를찾았다.
시야를가로막는몇겹의철조망저쪽멀리금강산의절경이아득히바라보였다.
내핏줄이살고있는우리의땅인데도사람의형적은찾아볼길이없었다.
숨을한번크게들어마셨다.그리고또한번…그런데도가슴은답답하기만하다.
발길을돌리며어느실향민시인의시한수가떠올랐다.
"길이막혔네.더못간다네
병정은총들고앞길을막네
저리비키오,말뚝을뽑고
이대로북으로더가야겠소
바닷가모래위에주저앉아
파도도울고,나도울고"
(이공빈수필집,"의창너머엔황혼이다가오는데"에서)
…………………….
아버님이가신지일주일이되었습니다.
두고온산하를92년평생그리워하셨습니다.이젠고향에가셔서그리운어머님을만나셨겠지요?
아버지…보고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