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이넘으신부모님이한국에계시는데도,나는항상고국방문이즐거울것이라고만생각했었다.
온세상이일본지진때문에뒤숭숭하던때,

나는내아버지의죽음을맞아귀국길에올랐는데,그어느때보다도가방이가벼웠다.
귀국선물을살새도없었고,그럴상황도아니었지만,가만히생각해보니아무것도사다드릴것이없었다.받으실분이안계신것이다.

그제야아버지의죽음이사실로받아들여져머리가텅비는것같았다.

세상에!
아버지는항상거기조용히계실줄알았다.

좋은아버지가거기계시네,하면다인줄알았다.가끔씩,건강은어떠세요?미국여행한번안오세요?

이제그만은퇴하세요,실버타운은좋으세요?엄마랑다투지는않으세요?노후에는마나님말씀을잘들으셔야신상이편안하데요,등등의시덥잖은안부전화를드리면서아버지를확인할뿐이었다.

빈혈이점점심해지시고기억력이감퇴되어도아버지는여전히꼿꼿하시고식사도잘하시고열심히무언가읽으시고품위를잃지않기위해애쓰셨다고한다.
실버타운에서는아버지보다어머니가먼저가실까봐걱정하실정도로아버지의식사습관은좋기로정평이나있었고,자신의일은스스로챙기려는꼿꼿한노인네로알려져있었다.

우리아버지는,
다른아버지들이돈을못벌어가족부양이힘들때,
다른아버지들이바람을피워가족에게배신감을줄때,
다른아버지들이권세를잡기위해가족에게험한세상맛을보게할때,
다른아버지들이질병으로오랜고통을당할때,
우리아버지는,
그런아버지가아니었기에나는항상안심하고다른친구를위로할수있었다.
내아버지는다른아버지의문제점을풀수있는모범답안이었고,

그래서나는아무런걱정,근심이없이지금까지살아오고있었다.

이제,
아버지가안계시니갑자기겁이덜컥난다.
여전히거기계셔야하는데…
어쩔까나…모범답안이안계시니…
환갑이넘은딸은어리둥절하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