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샌프란시스코9시간
샌프란시스코-아틀란타5시간
아틀란타-알라바마1시간
여기에다,
셔틀버스와중간에기다린시간12시간
도합27시간만에내집에돌아왔다.
인천공항
개인적으로아틀란타는피하고싶은공항이다.델타도피하고싶은항공기다.
항상늦기때문이다.
아틀란타공항에서알라바마우리동네까지오는비행시간은넉넉잡고45분쯤되지만,
비행기가취소되면보통서너시간걸린다.자주취소된다.
취소되는이유는,
나쁜날씨이거나기계결함이다.
"오늘은날씨가좋으니까대신기계가고장났구먼!"
한승객이빈정거렸다.
"2주전내남편이탔을때도똑같은일이벌어졌는데,너희비행기는이시간만되면기계고장이나냐?"
나도한마디거들었다.오랜만에써본영어.
그러나,
게이트의직원은우리의항의에전혀개의치않는듯,
’11시비행기가취소되고대신새벽1시비행기가뜰것’이라는멘트만앵무새처럼되풀이했다.
기다리기싫은사람에게는호텔과다음날첫번비행기를예약해줄수있다고도했다.
항공사직원들이받는훈련은어떤것일까?절대로승객들에게반응하지마라?
그들의얼굴은말그대로’철면피’였다.
그래서인지대부분의승객들도"Huh!"하고는그냥물러갔다.
뭐라고항의하는승객은나처럼비행기자주안타는승객일거다.
자정이되니방송이흘러나왔다.
"델타5***를기다리는승객에게는버거킹쿠폰을드리겠습니다."
방금전에배가고파서’와퍼’를사서반쪽먹었는데…그래도공짜라니까일단쿠폰을받아놨다.
아침과저녁식사6불짜리쿠폰2장이었다.
그것으로물큰병하나와치킨버거,치즈케익과커피를달라고했더니커피는다떨어졌다고해서대신우유를샀다.주문을하면다떨어졌다고하는걸보니,버거킹은남은음식을싹팔아치우는눈치였다.
아무튼,
축쳐져기다리던사람들이먹을것을손에쥐니금새활기에차서게이트주변분위기는마치야영장처럼바뀌었다.
비행기한대취소하고,대신승객들에게버커킹햄버거와호텔값을준다?
많이남는장사같았다.
그러나햄버거를손에쥐고우리모두는각자2시간씩손해를보며비행기결함이빨리고쳐지기를바라고있었다.
뱅쿠버공항의미국세관안내표시
탑승을하고안전밸트를매고나자스튜어디스가둘러보더니뒷자리의아주머니에게주의사항을주었다.
"핸드백은발밑이나머리위의컴파운드에넣으세요."
그러자이아주머니가갑자기소리를지르기시작했다.
"내가방(bag)이쓰레기백(garbagebag)인줄알아요?발밑에는못놔요!"
스튜어디스는말없이그냥가고,조금후에보안관이왔다.
보안관은스튜어디스와같은주의를되풀이했다.
"이봐요,나지금기다리느라지쳤어요.내조카가죽어장례식에갔다오는길이란말이예요!내가핸드백을무릎에놓던말던그게뭐그리큰일이냐구요?"
"규정상핸드백은발밑에나머리위의가방얹는곳에넣어야합니다."
"난그렇게못해요.이렇게무릎에끌어안고있으면되잖아요!"
그보안관도더이상아무소리안하고그냥갔다.
옆자리의다른아주머니가,
"그냥시키는대로발아래잠깐놓으세요.우리모두이륙을기다리고있잖아요."
"나도빨리집에가서샤워하고푹쉬고싶단말이예요.그러나내가방은절대로발밑에둘수가없어요.
내가방에돈이들었는지,뭐가들었는지당신들이뭘알아요?나는꼭무릎에두어야겠어요."
아주머니는생떼를쓰고있었다.
세번째로다른보안관이나타났다.
그리고그아주머니는끌려나갔다.순순히…
왠지맥이빠졌다.
그때까지아무말도안하고있던승객들이,
"저여자야?"하면서뒤통수에대고물었다.
그동안비행기에꽉찬승객중아무도그아주머니에게뭐라고하는사람이없었다.
모두모른척하고있었다.나도’수도쿠’를하면서속으로만
"아주머니,이제좀그만하세요,비행기좀떠납시다!"했을뿐이다.
누가거들다가는시간이더걸리고복잡해질것이다.
이건마치,
오래전시어머니께서나를야단치실때아무도말리지않았던것과같다는생각이들었다.
그아주머니는비행기를20분더늦추었다.
가뜩이나늦은비행기는그아주머니를내려놓고서야뜨기시작했다.
끌려나간아주머니는공항시큐리티담당자들이알아서처리할것이다.
우리모두는각자20분씩손해를보고,
다시한번입꽉다물고비행기가빨리떠나기만을바라고있었다.
(사진은위키피디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