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왔어요?"
체첸잇차를둘러보고나오는데가이드가물었다.
이럴때우리는보통"미국에서요."라고말하지만,
이번에는무언가가이드의특별한관심이우리에게있어보였기때문에,
"미국에살지만,한국사람이예요."했다.
그러자,
"여기도꼬레아들이많이살아요.빡(Pac)씨성을가진사람들많아요."
귀가번쩍띄었다.
"여기요?유카탄에요?"
"네.메리다에가면한국정부에서지어준큰병원도있어요.얼마전에한국대사도다녀갔어요."
뜻밖이었다.
이런건조한밀림지역에꼬레아들이뭐하러왔담?
"아,맞다,1900년초에여기로이민온노동자들이있어."
남편이기억해냈다.
구글에서
메리다(Merida,Mexico).
유카탄반도의주도(州都).
일명’멕시코의파리’라고불린다는설명이크루즈여행안내책자에있기에
그때는’무슨,파리씩이나…’했었는데,
체첸잇차를갔다오다그옆을지나며보니,바닷가에면한도시의면모가화려했다.
마침카메라의베터리가다나가사진을못찍어안타까웠었다.
뒤에보이는삐죽삐죽한선인장이애니깽이다.(구글에서)
1905년,
두달의항해끝에1031명의조선인노동자들이유카탄반도의메리다에도착했다.
그들은근처의애니깽(Henequen,선인장의일종으로이것으로밧줄이나카펫을만든다고한다)
농장에흩어져일을시작했다.
계약노동자이지만상황은노예와같았다고한다.
쌓아놓은애니깽(henequen)잎사귀
그들은하시앤다라고부르는대농장에서하루에애니깽잎을1000개씩땄어야했다.
수확량을못채우면채찍질을당해야했고,가시에찔려수없이상처가났다.
이들노동자들을착취해서
농장주들은대부분메리다나유럽에별장을가지고호화롭게살았다고한다.
4년의계약기간이끝났어도,노동자들은달리할일이없었다.
조국으로돌아가기는더구나어려웠고,그래서그들의비참한노동은계속되었다고한다.
몇년후,1910년에일어난멕시코혁명으로
동양인노동자에대한멕시코인들의적대감이더욱깊어지자
노동자중일부는쿠바의사탕수수농장이나멕시코내륙으로이주하기시작했는데,
이들멕시코이민1세대를애니깽이라고부른다.
1996년에나온김호선감독,장미희가주연한’애니깽’이라는영화.
그해대종상작품상을받았다는데…
그외에이주제로희곡과뮤지칼,소설도나왔다.
가장최근의소식은,
2011년,두명의여학생이한국의대학으로유학온일이다.(서울신문,2011년3월)
이들은
한국선교사가현지에세운’무지개학교’학생으로서이들후손중최초의유학생이다.
"어쩌다여기까지왔을까…"
황량한주위를둘러보며남편이한마디했다.
"그전에하와이로간노동자도있잖아요."
그러나,
세상어디를가든그땅에서뿌리를내리고소수민족으로성공한한인들얘기만듣다가,
여기는아직도막노동을하는후손들이많다는말에가슴이아프다.
땅이너무척박해서그럴까?
한가롭게놀러온것도왠지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