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돌아가신후첫번추석을맞는다.
특히내아이들의결혼을앞두고있어서그런지여러가지생각이많이드는데,
아버지를생각할때면항상가슴가득훈훈함이밀려오는것이,
보통으로살아주신아버지가고마와서이다.
고마워요,아버지,고마워요…
"너는어찌그리배짱이두둑하니?"
유학생활로찌들은채잠시귀국한나에게친구들이물었다.
"무슨소릴하는거야?좋은뜻이야?"
그친구들은이미우아한사모님이되어있었지만,
나는텍사스햇살에까맣게그을린,퉁퉁한몸매의서부개척유학생마누라.
그래서나더러배짱이두둑하다고하나?
"넌,지금도큰소리빵빵치고있어."
"그렇게들려?예수를믿어서그런가부지.지금나에게는그것밖에는내세울빽이없거든."
"그것보다,내생각에는말야,네가좋은부모님을가져서그런것같아."
나의그’베스트프랜드’들은사춘기때부모가이혼을했다.
거의50년전,
이혼이흔치않을때,중학생이던그들은부모의이혼으로깊은상처를받았는데,
그래서인지보통가정인우리집을무척부러워했었다.
내친구들뿐만아니라,
친척들사이에서도우리집은’가고싶은,살고싶은집’1위였었다.
사촌형제들까지도’난,누나집이제일좋아.거기서살고싶어.’했었고.
내아버지는이북에부모형제를남겨놓고홀로내려오신분이라서사람들이오는것을항상반겼다.
손님이오면병원에서환자를보는틈틈이살림집으로올라오셔서흐뭇한표정으로,
"압강옥에가서냉면을먹을까,아니면중국요리시켜줄까?"하셨다.
이런부모밑에서나는감출것없이뭐든지다얘기하며자랐는데,
그래서아마배짱이생겼는지모른다.
나는남의흉도거침없이잘본다.
시어머니흉,남편흉,아이들흉…
식구들흉보면자기얼굴에침뱉기니까결국내흉도보는셈인데,
내가시어머니흉을보면,
듣는사람들은모두’소설을쓰네’,’코메디하네’한다.
흥미있어하면서도결코나를동정하거나내고생에큰감동을보이지는않는다.
아마도시어머니에게치명적인결점이없어서그런가보다.
그리고,
열나게남편흉을보고나면,
"그거,흉이아니잖아?"한다.
미워서입에거품을품고흉을봤는데,흉이아니라니?
오입질하고도박했다는이야기가아니라서그런가?
내아이들흉도마찬가지다.
공부잘하고,말잘듣는아이들흉볼게뭐있냐고남들은말하지만,그래도많다.
방을쓰레기통처럼어질러놓고,엄마에게먼저전화거는법없고,인터넷으로이것저것사들이고,
맨날나가서밥사먹으며돈헤프게쓰고,게을러서살빼지못하고…
생각해보니,
이것도그리큰감동(?)을주는흉은아닌것같다.
뭐,동성애를한다거나,마약을한다거나그런게아니니까…
사람들은내가흉이라고보는것을칭찬의다른모습이라고도한다.
내,참…
엄청난사건들을토해내는글로벌시대에사는사람들이라서
개인의자잘한고민따위는’오강에ㄸ싸는’소리로들리나보다.
그러면서도
정작자신들의일은조그만것하나도흠집이생길까봐말안한다.
세상사람들이다아는데도,혼자만감추느라고애를쓰며상대방을불편하게하는
정말재미없는사람들.
뭔가를숨기고,항상방어적이며,엉뚱한일에성질을내는사람.
믿고기댈곳이없어저러나싶어불쌍하기조차하다.
그래서,
친구들이날더러배짱이좋다고하는말이그다지싫지는않다.
아마도내가누구눈치를보거나기죽지않고뭐든지솔직하게말하는오랜버릇때문에
그렇게보여질것이라고짐작하기때문이다.
거기에는내아버지가계셨다.
아무때나’아버지,저왔어요,’하고병원진찰실문을밀고들어서면,
‘오,우리*선이왔구나’하시며맑게웃으시던아버지.
누구든지내이름을대고들어가면따듯한밥과용돈이생겼던우리집.
그런아버지가계셨기에나는항상당당했고또솔직해질수있었다.
감출것(skeletoninthecupboard)이없다는것은얼마나큰축복인가!
그래서
감출것없이보통으로살아주신부모님께거듭감사한다.
아버지,어머니,감사합니다.
"…나는어떤처지에서도스스로만족하는법을배웠습니다.
나는비천하게살줄도알고,풍족하게살줄도압니다.
배부르거나굶주리거나,풍족하거나,궁핍하거나,
그어떤경우에도적응할수있는일체의비결을배웠습니다.
나에게능력을주시는분안에서,
나는모든것을할수있습니다."(빌립보서4장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