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요며칠사이두친구에게서기쁜소식을들었다.
한친구는대학동창으로미국에서비영리노인복지단체를운영하고있는데,
오랫동안수고한보람으로그단체가상을받게되었다고한다.
다른친구는여기알라바마대학의평생교육원글쓰기교실에서만났는데,
지난여름동안자기어머니이야기를써서책을냈다고한다.

노인복지단체를운영하는친구C에게,
"어머,정말잘됐다,그동안수고많았지?네가자랑스러워!"했더니,

"11월에시상식이있는데,거기올래?"물었다.
자칭작가가된친구Y에게는,
"여름동안큰일하셨네요.책한권주실수있어요?"했더니,

"이거사실은책방에서파는거예요.돈주고사세요."했다.

C는학창시절글좀쓰던친구로서

미국에와서는붓을꺾고노인복지일을하고있지만,
Y는젊은시절글썼다는소리한번도못들어봤고,

그저스스로글쓰기재능이있다고자부하는것같더니책까지펴낸것이다.
둘다,
최선을다해서자신과일을사랑하는여자인것은공통이지만,
그표현방법은많이다르고,따라서그들을보는내맘도많이다르다.

노인복지일을하는친구는

내가할수없는일을하고있어서그런지아주너그럽게보아줄수있는데,
작가가된친구는

나도글쓰기를좀할수있다고생각해서그런지그녀의자랑에마음이편치않다.
그녀가나에게책을기증하지않아서가아니라,

주었더라도사실별로고맙게생각하지는않았을것같지만,

(사실그책을사라고했을때,나도심통사납게’아,그거교실에서다들었던이야기니까안살꺼예요’해버렸다)내심그런책이라면나는수십권도더냈겠다하는질투심도생긴것이다.

그래서집에돌아와남편에게,
"여자는좌우간남편을잘만나야돼.어떤마누라는책도내고사인회도가지며

미국사람들,한국사람들앞에서으시대는데…"

(웃기는건,그녀의한국책을받아쥔미국사람들이책을거꾸로들었다바로들었다어쩔줄모르다가

그녀의사진이있는안페이지를보고서야제대로책을잡았었다.)

사실,
시시한책은안낸다는오만함이내마음속에있긴하지만,
그보다는,내가좋아하는밥그릇(글쓰기)을엉뚱한여편네가뺏어간것같은서운함이들어

맘이곱게안쓰이는것이다.

그러니,
자기밥그릇을꼭지켜야하는소위전문가들은얼마나마음이복잡할것인가?
지킬밥그릇도없는내주제에도이렇게상실감이드는데말이다.
밥그릇.
그것참무서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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