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와서학교에들어간지한달쯤지났을때,
둘째아이홈룸선생님(Homeroom,담임)에게서연락이왔다.
교장을만나라는것이다.
미국은학생들에게무슨문제가생기면교장에게보낸다.
그래서우리부부는교장실로갔다.
"화(미국이름)가행동에좀문제가있습니다."
흑인교장미스터터너가조심스럽게말했다.
"네?무슨?"
"남의물건에손을대요.그리고돌려주지를않아요."
"네?우리아이가뭘훔친다는말이예요?"
"글쎄…그게…옆의친구지우개나학용품을빌려가면돌려주지를않는답니다."
"그럴리가없을텐데요…아무튼다시는그런일이없도록조심시키겠습니다."
우리는홈룸선생님미세스라울리를만났다.
그녀는중년의날카롭게생긴아줌마였는데,우리를기다렸다는듯이
"얘가번번이친구의학용품을빌려쓰고돌려주지를않아요.집에가져간것을못보셨어요?"
당황했다.우리까지도이상하게보는눈치였다.
솔직히말해서아이의필통에지우개가있다해도그게우리아이것인지,남의것인지를몰랐기때문이다.
할수없이미세스라울리에게다시한번사과를하고집으로돌아왔다.
둘째는,
영국유치원2년을다니고
한국학교에서1학년을마친후,
미국에와서3학년으로들어갔는데영어에는문제가없었지만
왠지미국학교를두려워했다.
어쩌면
여러학교를다니다보니적응을못해서그럴수도있으려니했다.
아무튼,
학교가끝나고집에오면둘째는푹고꾸라져서자거나
시름시름하면서징징거렸다.
"왜친구것을집에가져왔어?"
"몰라요.제인이빌려줬는데모르고가져왔어요."
"선생님말씀이한번이아니라는데?"
"아냐,엄마.걔가자꾸쓰라고했는데다시줬어요."
거짓말을하는것같지는않았다.
"다시는절대로친구것쓰지말아라.없으면쉬는시간에언니에게가서달라고해."
그후로도미세스라울리는이것저것작은트집을잡아아이를주눅들게했다.
미국에온첫해라서나도어리둥절해학교준비물을제대로챙겨주지못했지만,
행여학용품중에하나라도빠지면칼같이지적을받았다.
미세스라울리는곧부교장이되었는데,
다행이그때는우리가다른지역으로이사를갔다.
아이들에게담임선생님의존재는아주크다.
하루여섯시간씩학교에서보내는그들만의사회생활.
아이들끼리는서로다투고싸운다하더라도,
그가운데에는아이들이믿을만한좋은어른이있어야한다.
선생님의존재는바로이공정하고너그러운어른이다.
만일,
미세스라울리가우리를교장실에보내지말고
지우개를하나더주면서타일렀다면
둘째아이의기억에는미국에서제일좋은선생님으로남았을것이다.
그러나안타깝게도
그녀는우리모두에게mean한선생으로남아
나쁜선생들이사람들입방아에오를때마다생각나는선생이되었다.
***토달기
노량진초등학교1학년봄소풍에서시작되었다.
전철을타고덕수궁으로소풍갔던딸이엉뚱하게노량진경찰서에가있었다.
집에서학교가는길도잘모르던애를(중동에서돌아온지얼마안되어내가매일데려다주고있었다)
노량진역에서선생이챙기지않아
육교에서울고있던아이를어떤행인이경찰서에데려다놓은것이다.
전화를받고부랴부랴학교로갔더니,
소풍에서돌아온여교사들이교실에먹을것을잔뜩펴놓고희희낙낙놀고있었다.
그러면서담임은놀라지도않고나더러직접경찰서에가서아이를찾아가라고말했다.
눈에불이확났다.
아무리봄소풍대목(?)에돈봉투들고나타나지않았다고해도
이해할수없는처사였다.
이것들을!
뒤풀이잔치상을확뒤집어엎고싶었지만
선생에게아양떨기싫어따라가지않은내잘못도있는것같아꾹꾹참았다.
그때부터
아이는학교에가면오줌을지렸다.
그러자이번에는선생이나를불러,
"애가자꾸오줌을싸니,한의사에게데려가보세요!"했다.
한의사?보약을먹이라고?
아이에게물어보니,
쉬는시간에변소에가면줄이길어오줌을못누고돌아오는데,
공부시간에오줌이마려워도선생님이무서워서오줌마렵다는말을못했다고했다.
"그래서,
언니빨간코트를입고간날,거기다그냥오줌을쌌어요.
그코트는두꺼우니까괜찮을거라생각했거든요.
그때,
언니는자기가좋아하는빨간코트에다오줌을쌌다고너무속상해했어요.
그코트를다시못입었잖아요.
그래서아직도언니가빨간코트를좋아하는거예요."
26년이지난지금,
작은딸이웃으며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