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나의 시, 그것은 너의 시

아침에일어나창문을여니
시원한바람이들어온다

"이것도시예요?"라고어떤친구가물었다.

알마티의우리가살던아파트에서내다보이는만년설천산

"그렇다고치면,당신이나나나다시인이지."하며웃었는데,
우연히,
"꽃집"이라는문태준의시를보았다.
그시는이렇게시작했다.

모스크바거리에는꽃집이유난히많았다
스물네시간꽃을판다고했다

싱겁기로는두시가비슷하게나가네…생각하면서도
보는순간머리가띠잉해졌다.
첫줄,
‘모스크바의그꽃집’들이나를확잡아당겼기때문이다.
왜?

삼년반전,

내가알마티에도착한그날저녁에
텅빈아파트의플라스틱물병에는다섯송이의빨간장미가꽂혀있었다.
"당신을환영하며…"
그것은바로그"꽃집"에서남편이사다꽂은것이었는데,

그후로여덟달동안

나는거의매일그꽃집들옆을지나다니면서도
그꽃집을시로만들지못하고
문태준시인에게빼앗겨버렸다.

그래서지금땅을치며후회하고있다.

꽃집.
가게이름이그냥’꽃’이라고만적혀있는꽃가게.
여기처럼"쥬디의훌라워숍"이라든가"녹색의장원"과같은간판이써있는것이아니라

그냥"꽃들"이라고만적혀있는꽃포장마차같은곳.
(그땐러시아말로’꽃’이라는단어를알았었는데,지금은생각이안난다.

영어의flower와비슷했던것같다)

모스크바의꽃집은아니지만,

알마티의그"꽃집"에도

예쁜꽃만이아닌모든꽃들이들어갈수있었다.
그냥’꽃집’이니까…

새로운발견이었다.
그래서문태준이시인이라니까!

꽃들’이라는말의둘레라면
세상의어떤꽃인들피지못하겠는가

우연히푸나무님방에서발견한이한편의시가
삼년반전의알마티거리를생각나게하고
나도꽃일수있었다는것을기억하게해주어

잠을설치게한다.
고맙기도해라!

그럼,
아침에일어나창문을여니
시원한바람이들어온다

이건뭐야?
그것은너의시!

하하

꽃들/문태준

모스크바거리에는꽃집이유난히많았다
스물네시간꽃을판다고했다
꽃집마다’꽃들’이라는간판을내걸고있었다
나는간단하고순한간판이마음에들었다
‘꽃들’이라는말의둘레라면
세상의어떤꽃인들피지못하겠는가
그말은은하처럼크고찬찬한말씨여서
‘꽃들’이라는이름의꽃가게속으로들어섰을때
야생의언덕이펼쳐지는것을보았다
내어머니가아궁이에불을지펴방을두루덥히듯이
밥먹어라,부르는목소리가저녁연기사이로퍼져나가듯이
그리하여어린꽃들이
밥상머리에모두둘러앉는것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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