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철수는
주말한글학교에만가면딴아이가된다.
같은반아이들을부추겨온갖장난질을만들어내고
숙제도잘안해가고공부에는별흥미가없다.
마침,철수엄마가그반담임선생님이어서,
"철수야,너미국학교에서는안그러면서한글학교에서는왜그렇게말을안듣는거야?"
"………….."
"왜그러지?"
"…몰라요.엄마,나도몰라요!"
"다시한번이런소란을피우면교실을빌려드릴수가없습니다."
미국집사가경고했다.
미국교회교실에는항상문구와교재들이잘정돈되어있는데,
한국아이들이교실을쓰기만하면마치
토네이도가지나간듯쑥밭이되곤했다.
똑같은교실에서,
오전9시30분에는미국아이들과한국아이들이함께주일학교를하고,
오전11시에는한국아이들만주일학교를한다.
한국어른들이열심히예배드릴때
아이들은똑같은교실남아한번더주일학교를하는것인데,
바로이때문제가생겨번번히미국교회로부터항의를받는것이다.
두시간연속붙잡혀앉아있으려니너무지루해서그런가?
한국선생님이잘못가르치는것일까?
미국주일학교는
끝날때면학생들이각자쓰던비품을제자리에가져다놓고
휴지도줍고청소하고끝나는데,
미국선생님이계실때는잘하던한국아이들이
한국선생님이시키면들은척도안한다.
그래서
한국선생님혼자남아정리하다가미쳐발견못한부러진크레용이라도두고가면
경고를받는것이다.
미국학교,미국교회에서는모범생인한국학생들이왜,
한국학교,한국교회에만오면말썽꾸러기가되는가?
사람들은수수께끼라고하지만,
나는이걸규율의문제라고생각한다.
미국학교에는규율이나체벌이있지만,
한글학교에는그런것이없기때문이다.
미국학교에서는
매학년시작할때마다규칙과체벌(Rules&Consequences)이쓰여진행동지침을나눠주고
그걸지키겠다는약속과부모로부터서명을받아오게해서
선생님과교장선생님이그대로시행한다.
한글학교에는그런것이전혀없다.
학생뿐만아니라교사도,학부모도그런것에는관심을두지않는다.
그러면서도왜?
왜,아이들태도가이렇게변할까,궁금해한다.
미국학교에서스트레스를많이받아서그런가?
그래서한글학교나교회에오면그긴장이풀려그러는것일까?
"우리딸은하나님과의관계가올바르게섰기때문에
선생님이야단치실필요가없어요!"
교회학교에서시끄럽게굴다야단맞은제니퍼엄마의항의다.
‘하나님과의관계’라는거룩한말을인용할정도로그엄마는성경지식이풍부한사람이지만
자기딸야단치는것은참을수없었나보다.
그래서항의를심하게하는바람에자원봉사를하던교사가그만두었다.
"한번만더한국음식을해먹으면,이교회에서나가셔야합니다."
작은미국교회를빌려쓰던한인교인들.
매주일요일이면미국인들이예배드리는시간에점심준비를했다.
미역국,오징어볶음,심지어는김치찌개까지…예배실과온교회에냄새가퍼져나갔다.
세번의경고를받으면서도굽히지않고음식을해먹으며’친교’를다지던그들.
드디어쫓겨났다.
근처200마일반경안에있는미국교회에서는아무도이들에게교회를빌려주지않았다.
"이제는우리집에아이들을데려오지마세요."
한인들을불러파티를열었던’하와이할머니’.
아이들이그집안방에들어가침대에서널뛰기를하다가침대프레임을망가뜨렸다.
그래서미국인남편이화가많이났다.
한인아이들출입금지.
봐주기.
우리는’봐주기’문화에익숙하다.
한글학교,교회학교,심지어미국사회에까지도뭐든지눈감아주고봐주기를바란다.
우리끼리는그것을미덕처럼여기지만,
미국교육시스템에서자란철수나미국인들에게는적응하기어려운문화이기도하다.
그런데문제는,
서로잘봐주다가어느날갑자기
너왜이러는거야?봐줄수없어!하고나오는거다.
이럴때철수가할수있는말은,
"그럼나더러어떻게하란말예요?난정말몰라요!"
규칙대신봐주기.
미국교육시스템에서자란아이들에게이것은
자기의정체성을깨닫는것보다더혼란스러울수도있다.
규칙도없고질서도없고,체벌도없는한국학교.
무얼하면되고,무얼하면안되는지를가르쳐주는행동지침이없기때문에
철수는’몰라요’라고말할수밖에없다.
지켜야할법이무엇인지,어기면어떤체벌이가해지는지는모르면서
마음한편으로는
‘좌우지간봐주실거아니예요?’라는기대로’몰라요’라고하는것은아닐까?
눈치껏거길다녀야하는어린철수가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