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졸업생명단에이름이없네?어떻게된거야?"
라스트네임Lee,
각과의학사졸업생이름을꼼꼼히훑어봐도아무대도없었다.
우리부부는
조카의졸업식에참석하기위해
아틀란타의GeorgiaWorldCongressCenter에앉아있었다.
"글세…저도찾아보니이름이없어서본인에게물어봤는데,본인도왜그런지모른데요.
그래서본인이지금담당자에게찾아갔어요."
남자친구의말이었다.
미국대표로,아니,가족대표로조카의졸업식에참석한우리들.
사방은그야말로축제분위기인데,
우리는초대받지못한손님처럼좌불안석이었다.
아트스쿨(SCAD,SavannaCollegeofArtandDesign아틀란타분교)졸업식답게
빅스크린속에는패션쇼,그래픽,회화작품들이현란하게나타나고,
무대위에는밴드와보컬의연주가분위기를파티장처럼들뜨게만들고있었다.
"오늘오후6시까지답장이없으면,내일졸업식에안간다."
그동안몇번의연락을시도한나는,최후통첩이메일을보냈다.
졸업생본인이연락을안하는데
내가거기참석못해서구지애가탈것까지는없지만,
내친정어머니(졸업생의친할머니)와한국의가족들이너무궁금해하기에
냉담할수가없었던것이다.
그날오후6시.
전화가왔다.
"저예요,고모.너무너무바빳어요.우리한국식당에서만나밥먹고졸업식에가요."
천지창조이래로요즘처럼통신시설이발달한적이없었는데,
서울-부산간거리밖에안되는두도시에사는사람끼리연락이안되었다.
싫으면안받으면되는스마트폰,이메일,
단절의극치이자,
현대문명의함정이다.
그래서
나는아날로그와디지털속에서슬펐다.
아날로그의내어머니.
디지털의내자식들.
이들을연결할방법이없었다.
스크린에졸업생이름과전공이나타나기시작하며
졸업장을타러졸업생들이단상위로올라오기시작했다.
이**,이**,등등의다른한국학생들만나오고조카는없었다.
한국에는연예인도먹자집도모두외국이름만쓰는데,
요즘한국유학생들은모두한국이름만쓴다.
점점불안해지기시작했다.
혹시인쇄잘못으로이름이빠졌을지도모른다는가냘픈희망이사라지기시작하고
졸업신청을안했구나…하는추측이생기기시작했다.그래서
키작은한국여학생사진을멀리서한장찍어두었다.
손녀가졸업식을못했다고하면실망할어머니에게
"얘가바로어머니손녀예요."라고할거짓증명서.
마지막으로BachelorofArt의졸업생들이올라오기시작했다.
이과명단에도조카이름은없었다.
앞,뒤,옆의참석자들은자기아이들이졸업장받으러올라올때마다
이름을부르며환호하는데
우리만끝까지조용히입다물고있어야했다.
졸업식장에서소리지르는것이부끄러워내자식들일등졸업할때도망설였던나,
그런데
지금은소리조차지를수없는처량한신세가된거다.
마지막학생의이름이불리어졌다.
혹시나…했더니역시나,구나.
카메라를챙기며서운한마음으로일어설준비를했다.
"이따가얘를보면뭐라고해야하나…"
총장이나와졸업식폐회를알리려하는데,갑자기
스크린에조카의이름이나타났다.
SaebyullLee,BachelorofFineArt
"어?저기샛별이이름이나왔네!"
옆자리의남편에게소리쳤다.
카메라를황급히다시꺼내초점이안맞는대로사진을찍었다.
그러나,
호명을하는담당자는잠시침묵을하고있었다.
"아,발음하기어려운이름…"
‘샛별’대신중국엄마의발음대로’새뷸’로쓴알파벳.
10초후,
"세이비울리!"
"예엣!야호!!!"우리셋은자동반사로힘껏소리를질렀다.
담당자의머뭇거림때문에잠시어리둥절했던참석자들이그제서야모두박수를쳐주었다.
맨꼴찌로,온참석자들의박수를받으며졸업했다.
"이기집애야!너끝까지애를태우는구나!"
식이끝나고조카를만나
나는그녀의등짝을마구두들겨팼다.
학교앞으로가서,
조카는나에게자기의학사모를씌어주며아양을떨었다.
고모에게영광을…엥?
그애엄마대신학사모를받아쓰며생각했다.
엄마가보고싶을거다,아버지도,할머니도물론…
이불확실한시대를살아가려면얼마나힘이들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