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계급

"하이,맘!"
아들의윤기있는저음의목소리가전화기저편에서울렸다.
가슴이울렁,너무나듣고싶었던목소리.
"응,웬일이야?"
"아빠좀바꿔주세요."
아,오늘이아버지날이구나…

남편에게손짓발짓을해가며끊지말고날좀바꿔달라고해서다시받은전화,
"얘,너목소리오래간만에듣는다.전화좀자주해라."
그동안꾹꾹참고전화안했던속내를별수없이들어냈다.
어머니날전화받고나서처음이니한달반쯤되었나?
"너도빨리아버지가돼야지?"
"아,생각없어요."
깜짝놀라서,
"왜?"
"30년길러줘봤자저처럼이렇게5분전화통화하면다잖아요.(영어로)"
"하긴…그렇다!그래도네아들은다를거야.이왕전화한김에**이(며느리)목소리나들어보자."
"지금이빨닦고있어요."
"잠간이면돼.너랑얘기하면서기다릴게."

곧며느리가나왔다.
"어머니안녕하셨어요?건강은어떠세요?"
"응괜찮아.그래도매일병원들락거리느라…"
여기까지말하는데,

아들이전화기를가로채더니교회가야한다고끊자고했다.
"얘,너는왜oo이와전화할때마다중간에서가로채는거야?oo이바꿔!"
"우리지금준비해야해요."
"알아…그런데,어제밤꿈에너희들이내장례식에왔더라.엄마가죽어야한번올거니?"
며느리가다시전화기에나왔다.
"어머니안녕히계세요."
나는겨우그래,하고끊었다.아…또…쿨하지못했구나…

교회에가서앉아있는데
아버지날이라고고조할아버지부터줄줄이일으켜세웠다.
어머니날에도그러더니…
증조할아버지,할아버지,남편은겨우’아버지’부를때일어섰다.
계속박수를쳐줬다.수고들하셨어!

설교가귀에안들어올정도로마음이복잡했다.
"그래,손자가없다면,그것도다하나님뜻일거다."
삼십일년길러장가보냈으면됐지,뭘더바랄거냐…
겨우마음을다스리고앉았는데,그래도자꾸섭섭했다.
이만큼연락(잔소리)안하고사는엄마도없지요,하나님?

집에돌아오는길에남편더러,
"아까전화자주하라고한것이맘에걸려.아버지안될거냐고한것도…
나도다른엄마들처럼,아들과전화할때고객처럼받았으면좋겠어."
"아냐,잘했어,듣건말건부모로서할소린해야지."
"듣기싫어하잖아,자꾸다툼이되고…"
"그래도계속해."
위로인지격려인지알수없는말.
번번히아들며느리에게당하고속알이를하는변변치못한마누라,
그걸싸움터에내보내는남편은도대체계급이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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