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처럼
"우리어머니는하루종일밥을하셔."
"몇번이나?"
"어떤때는5번,전기밥솥에하고,쿠커네구멍에다냄비를올려놓고동시에밥을하고…"
"쌀을감춰놓지그래?"
"그게어머니의놀이인데,어떻게그래?"
84세의치매증세가있는시어머니를모시는며느리의말이다.
그말속에그사람의인격이보였다.
가방끈길이에비해서지혜가훨씬많은사람.
‘긍정적인마인드갖기’라는책을읽을필요도없다.
그녀,알라바마촌부와가끔씩점심을먹으면매사에긍정적인생각이든다.
"사람들과교제를안하고혼자있기좋아하는사람이치매에잘걸린데."
"맞어,우리어머니가그러시잖아."
"에이,우리어머니는노인정의인기짱할머니였는데도갑자기치매가되던걸."
TV프로,"비타민"을열심히보는
‘비타민학당’의열공학생들이온갖치매이론을제시한다.
화투를해.
피아노를쳐봐.
지엔시에가서깅꼬를사먹어.
"어제누구랑점심먹었어?"
느닷없이앞에앉은사람이물었다.어제?어제라…
오늘이월요일이라는것을깨닫고,어제가일요일이라는것을기억해냈다.
"목사님이랑점심먹었어.그런데왜물어?"
"누가물을때,금새대답못하고옆사람을보면그것도수상한거래."
"하루종일일하고집에들어갔는데,싱크대에설거지가가득쌓여있는거야."
대부분의이곳주부들은직장을가지고있다.그런데여기엔
파출부도없고,짜장면배달도없다.
"할머니혼자계시는데무슨그릇을그렇게많이쓰신대?"
"몰라…그러나일단부엌에들어서면,
‘아,나는복많은사람이야!’큰소리로말하고일을시작하지."
"뭔복?"
"응,일복…"
치매,심장마비,암,교통사고…
만나면그런얘기들뿐이다.그러나,
지금이렇게맛있는것먹으며살아있다는것만으로도
복이많은거라고
우리는놀이처럼큰소리로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