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한일전 축구 부부싸움

아침6시반.
크로와상샌드위치를해놨는데남편이말했다.
"나,아침안먹을거니까이거점심으로싸줘."
"오늘점심집에서안먹어요?한시반에한일전축구하쟎아?"
"축구안볼래.학교일이바빠."
"와,대한국민아닌가봐…그걸안보다니!"

잠시마음이복잡해졌다.
매일새벽6시에일어나조카등교를시키는남편.
조카학교와우리집은이도시의끝에서끝이기때문에
왔다갔다하기에는시간도,기름값도많이든다.
그래서남편은새벽에조카와나가면
하루종일연구실에있다가저녁에조카를픽업해서돌아온다.

처조카라고생각치않고아들처럼잘대하는남편이고맙고
이런고마운사정을누구보다잘아는나,그러나
축구를안보겠다고,나혼자보던지말던지하라고말하고나가는그가

갑자기남같아진다.웬짜증?

남의편,남편이구나…

"텔레비젼은켜놓고있지만,내가보면혹시질까봐서안본다."
한국에계시는88세친정어머니의말씀이었지만,
나도혼자살면그럴지모른다.
사실,
지난번영국이나브라질하고시합할때도나는가슴이너무졸여왔다갔다하면서봤다.

"어쩌나…혼자서보기도그렇고,안보기도그렇고…"
그래서

집에위성TV가있는분에게전화를했다.
"나는,우리교회에서빅스크린으로보기로했어.그리로와,내가김밥도가져갈게."
교회로?
조금망설여졌다.
내가한국교회에떴다하면이상한소문이나는데…

컴퓨터를켜니구글로고가축구였다.
에이구,귀여운것들!구글이더욱친근해졌다.
올림픽축구한일전은장사가제법되겠지?
우리는유럽과남미가결승전에붙지않는것이좀아쉽다고생각하면서도
한일전이결승전보다더기다려졌다.

아무리생각해봐도
이번축구경기를안보겠다는남편이이해가안갔다.

자기사무실에서컴퓨터로보려나?
그러던중전화가왔다.
"밖에나와서점심먹을래?김교수와점심먹으려는데…"
"축구도안보고열공한다면서그귀한시간에점심을먹자구요?"
"응…그때쯤이면일이끝날거야."

김교수는교환교수로잠시와있는분이다.
"김교수는축구도안본데요?한국서온지얼마안됐다면서,
이상한사람들이네…아무튼나는약속있어요!"
나는마치밥도안먹고축구에매달리는열렬팬처럼말했다.

"알았어,그럼그교회에가서봐."

다시남편에게전화를걸어목소리를낮췄다.
"나랑그교회에가서봅시다.당신은점심먹고거기로오면안돼요?
그목사님도당신만날때마다식사나한번하자고했잖아."
남편없으면아무대도못가는여편네처럼사정을했다.
"나거기혼자가기망설여져져서그래.그리고여럿이보면김교수도좋아할꺼야."
김교수는부인을한국에남겨두고중학생아들과둘이잠시와있었다.
"생각해보고다시전화할게."
전화를끊으며,속으로

관둬라!쳇!안보면그만이다,

그러면서도시간에맞춰나갈준비를한다.한시간남았다.

어떻게될것인가?
내가보면이길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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