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부자노인들이은퇴해서사는동네입니다."
캐나디안로키속에있는깨끗하고조용한마을이었다.
버스는웰컴센터화장실에잠시섰다가어느아담한건물앞에멈췄다.
"잠간여기들렀다가십시다."
무슨일인가따라들어갔더니약장사였다.
"이회사이사님이직접나오셨습니다.바빠서만나기힘든분이지요."
자그마한사무실에의자만꽉차있었다.
TV스크린앞에약병들이놓여있었는데,
"아마존에서나는***베리라고들어보셨습니까?
비타민이라는한국TV프로에나왔었지요."
그프로를틀어주었다.
카나다,특히알버타주는비타민이나기타건강보조식품제조로유명하고,
그래서아마존의***베리를가져다여기서고농축캡슐로만들어파는데,
다른곳에서는살수없는고농축이라는것이었다.
***베리.
코스트코에서파는쥬스는마셔봤다.비쌌지.
당시나는콜레스테롤수치가올라가서
음식과운동으로조절해보겠다고의사에게약속하고
콜레스테롤약먹기를미루고있던참이었다.
"이***베리는처음에고단위로몇달먹어놔야약효를봅니다."
남편이사자고했다.
나를위해서?
순간,너무감동해서그게한병에300불이나한다는사실을깜빡잊었다.
마누라몸은안좋고,
의사는무조건콜레스테롤약을먹으라하고,
한번먹기시작하면죽을때까지먹어야한다는그약을
마누라는겁난다고낑낑거리고안먹고,
남편인자신은아무것도도와줄수가없으니
에잇,몸에좋다면야까짓돈이대수냐!
그래서남편은그영양제를덥석산것같다.
약40명의사람들이한꺼번에일어나우루르카운터앞으로갔다.
한사람이적어도몇백불어치씩은사는것같았다.
크레딧카드를내는데,어떤사람이물었다.
"이거,FDA(미국식약청)같은데서허가는났나요?"
아는사람이하나도없었다.파는사람도대답을못했다.
어머,그런걸확인안했네…
그러나,
카드는이미그어졌고,
사람들은뒤에줄을서서사겠다고기다리고,
영수증은이미받았다.
도저히취소하겠다는말을할용기가없었다.
도깨비에홀린것같았다.
버스에다시오르면서도나는애써
"남편의성의를감사하게받자."마음을다독거렸지만,
차창밖으로지나가는그아름다운산과강이
더이상눈에들어오지가않았다.
미쳤어!미쳤어!
당연히관광은망쳤다.
"참…너도별수없구나…"
후회가하루종일따라다녔고,
식구들이나친지들의비웃음이눈앞에어른거렸다.
잠자리에들었는데새벽까지잠이오지않았다.
"왜못자고그래?"
남편이자다깨어서물었다.
"나,그약때문에속이상해서잠이안와.
사람들이이렇게사기를당하나봐.이렇게순간적으로…"
"그냥좋은거려니생각하고먹어."
"나도그러고싶은데,약병을샅샅이훑어봐도도무지믿을만한근거가없어.
설사그게밀가루덩어리라해도모르잖아.그리고
영양제를이렇게의심스러운마음으로먹어봤자무슨효과가있겠어?"
"그만자라.내가내일취소해버릴게."
"가능할까?"
"글세,내가알아서할테니어서자라구."
겨우두시간쯤눈을붙이고일어나호텔식당으로갔다.
입안이써서아침도잘안먹히고가이드의얼굴도마주볼수가없었다.
남편을쿡쿡찌르며빨리취소시켜보라고하니간밤의약속과는달리꿈쩍도안했다.
할수없이내가일어났다.
"드릴말씀이있는데요…"
가이드를한적한구석으로불렀다.
"약을좀물리려고하는데요…"
"왜요?"
"사실은제가위암4년차예요.남편이그런저를위해사준건데,
아무리생각해도안되겠어요.약제조처가분명치않고,
제의사도아직은아무거나먹는것좋아하지않고…"
가이드는놀란눈으로나를보며,
"아니그렇게안보이는데요,정말입니까?"
암걸린몸을끌고로키관광을오다니?그런눈빛이었다.
나는’위암4년차’라는내표현이민망했다.
가이드는잠시망서리더니,
"그럼이따오피스문열면제가전화걸겠습니다."
뱅쿠버로돌아가는길이었다.
버스가주유소화장실앞에멈추었는데,
가이드가다가와남편에게약장사와직접통화하라고전화기를건네주었다.
남편은전날자기가산영양제이름도잘몰라
자꾸엉뚱한소리를하고있었다.
"그러지말고,두병만잡숴보세요.정말좋습니다.저도먹고있어요."
옆에서듣고있던가이드가나에게말했다.
"그러면나머지는취소시켜주시는거죠?"
"그러지요."
일이그렇게해결되었다.
지난하루동안답답했던세상이다시환해졌다.
그래도
아직몇백불어치의약은남아있고,
집에돌아가면그걸먹어치워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