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살던단칸방뒤로올라가면야산이있었다.
남편은아침마다거길올라가서공부를했다.
무슨공부?
브리타니카백과사전파는공부.
나는한번도안따라가봐서어떻게공부하는지못봤지만
(지금생각하니후회된다.따라가서그걸봤어야했다.)
들은기억으로는
사람들과만났을때어떻게멋지게꼬시는가,웅변연습(?)이라고했다.
그는왜백과사전세일즈맨이되었는가?
"그사장이입지전적인인물이야.흥미진진한성공일화가많지."
남편도그처럼흥미진진한인물이되고싶었던걸까?
아내배는불러오는데,잘다니던직장집어치우고백과사전세일즈맨이라…
결혼하고나서엉뚱한경상도사투리를하도많이들어서그런지
나는별로놀라지도않았다.
일년에브리타니카전집두세트만팔면자가용을탄다고했다.
그말을들으며차라리
‘여보,정말?자가용?고마워!’했으면싶었다.
남편은그걸믿는것같았다.그러니까나섰겠지만.
박석고개에서부터서대문까지남편은걸었다.
제일접근하기쉬운곳이약국같은점포라고했다.
걷고또걷고…
평소말하기싫어하는남자가뭔말을하려나?
아주궁금했지만,
간혹가다좋은사람도있으니까혹시걸릴지도모른다는희망은있었다.
저녁에는파김치가되어돌아왔다.
사람들이그좋은책을왜안사는지모르겠다는눈치였다.
"안사긴?울아버지도이미사셨잖아?살만한사람은다샀어."
팔아먹을수있는영순위친정에는이미다른사람이팔고갔다.
일년에두세트만팔면자가용을탄다는데…자가용반토막을놓친것이다.
도대체책한권에얼마를남겨먹는다는거야?
당시는
결혼식에도잘사는친척의자가용을빌려야할정도로차가귀했는데
왜그런말같지도않은꼬임에넘어갔는지알수가없다.
9판의에디터ThomasSpencerBaynes
아무튼,
새벽산속에서의트레이닝도,
정처없이걷는신발값도못건진채
백과사전한권도못팔고남편은그만두었다.
그후,
남편은곧삼성으로취직되어갔다.
백과사전세일즈맨의경력이인정되었는지?
(사진은위키피디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