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쁘게 그렸나?

국민학교5학년때인가,
엄마는미술선생을만나고오셨다.
나를화가로만들고싶으셨던모양이다.하긴
음악선생도만나성악을시키면어떻겠냐고도물으셨다니까
그야말로치맛바람의원조인셈이다.
그때미술선생은이렇게말했다고한다.
"걔는미술소질이없어요.지난번어머니날에

어머니를그리라고했더니너무예쁘게그렸더라구요."

지금도나는
엄마를예쁘게그린것이뭐가잘못되었는지모른다.
하여튼그이후로나는그림못그리는아이로찍혀
예술고등학교에갈기회가있었는데도안갔다.
오늘왜이생각이났는가하면,
옛날육아일기에내가큰딸낳고아기얼굴을스케치했는데
아주이쁘게그려놓고그옆에’너무이쁘게그렸나?’라는
코멘트를달아놓은것을보며그때생각이났던거다.

아마도그미술선생은피카소의찌그러진얼굴이
잘그린그림이라고생각했을지도모른다.
하긴,나도좀크니까

사람초상화에코가좀비뚤어져야멋있다고생각했었다.
그래서달력도한국미인도보다는
서양화가의그림이있는한독약품달력을선호했었다.

지금내가어머니의얼굴을그린다면?
미술선생이안가르쳐줘도아마피카소같이그릴것이다.
슬프게도

이젠어머니를무조건’이쁜엄마’로그릴수가없다.
반쪽은수심에찬모습,반쪽은빙긋이웃는모습에
눈코입이제자리에붙지않고여기저기흩어져있는그림이될지도모른다.
내가엄마를그렇게만들어놓고그렇게보고있다.

엄마가50대,내가30대에몽마르트르언덕에올라가
거리의화가앞에섰더니
그는엄마가미인이라고하면서엄마만그려줬다.
엄마는미안해했지만나는아무렇지도않았었다.
내가훨씬이쁜데화가가그냥인사로그런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

작은딸

그때어릴적에내가그림을그리기시작했으면어땠을까?
예쁜울엄마가많이나왔겠지?
미울땐악마처럼그렸을까?
미술선생이염려안해도난엄마를이쁘게만그리지는않았을것이다.
그녀의한마디덕분에내가화가는안되었지만후회는안한다.
지금이라도내엄마를세상에서제일예쁘게그리고싶으면
미술선생눈치안보고그리면되니까오히려잘됐다.
문제는
미술선생이아니라내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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