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엄마, 서울백화점 구경

딸들은,
내가워싱턴까지와서심심해할까봐무척신경을썼다.
진심으로,나는결코심심하지않았다.
모처럼’엄마표’음식을해주느라분주했고,
마루바닥에흩어진머리카락줍느라고바빴다.

그런데도
딸들은나를노드스트롬(Nordstrom)백화점의
스페셜고객초청행사에데리고갔다.

6시에백화점정문을닫고,그때부터특별손님을뒷문으로입장시켰다.
대단히별난것인줄알았다.그런행사에한번도안가봤으니까…
그런데,
와인과스넥을서비스하는것외에는
특별히멋진손님도,멋진물건도,멋진가격표도눈에안띄었다.

검정양복의웨이터들이은쟁반에음식을들고다녔다.
우선스파클링워터한잔마시고,
뭐다른먹을것없나,돌아보니모두달콤한것들뿐.
앗,미니에그롤이있었다.음…껍데기가얇고고기가많이들은…
하나를집어먹고나서돌아보니,그새다없어졌다.

아쉬워…

이런데오면,
나는할머니,어머니께서항상말씀하시던,
‘있는옷도다못입고죽겠다’라는말이실감이난다.
그래도그런말은삼가야하는것이,
생일이나크리스마스선물을고를때옷은제외시키기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선물하는사람의선택폭도좁아지고,
받는사람도더좋은선물을못받기십상이다.
선물이좋은것은,
‘평소못쓰던사치품’을가져볼수있는기회이기때문이다.
고급와인잔처럼.

일층에스컬레이터옆에서밴드가연주를하고있었다.
카메라를들이대니
나팔부는흑인아저씨는포즈를취했고,
키보드의백인아가씨는인상을썼다.그러거나말거나…

이노드스트롬백화점은알라바마에는없다.
테네시에는작년에1호점이네쉬빌근처에문을열었는데,
마침그때내가아들결혼식에입을옷을사러갔었다.
평소에는100불짜리옷도덥석못쥐면서(한국과비교하면절대안된다)
이백화점에가서는2천불짜리옷을샀다.
거기서는모두다비쌌고,

마침5천불짜리샤넬백을보고난후라서,돈가치를착각했기때문이다.

대체로나는유명백화점에가서눈요기를하고
동네에돌아와철지난유사상품을산다.
"얘,이코트언제산건지알아?20년전텍사스에살때…
봐라,여기내거랑비슷한거입은사람있나,하나도없지!
그러니까,저사람들이생각하기에
‘저코트가신상품인가?못보던디자인인데?’할거야냐?"
딸들이웃었다.그래도
난진심으로내코트가자랑스러웠다.
그이름,임마뉴엘웅가로!

커피서비스테이블앞에서니비로소
고급백화점의행사에왔다는생각이들었다.
은빛캐니스터(canister)들,눈덮인케익,반짝반짝…
따끈한커피를한잔뽑고,
쿠키를하나집어들고,오랜고객처럼미소를짓는다.

샴페인잔을들고오드블을기다렸다.
미국사람들이좋아하는달콤한스넥종류는보내고,
덜달콤한걸로…그래도달다.
난단것은별로안먹는데도왜살이찌지?
나를비롯한대부분의고객들은마네킹사이즈와는거리가멀어보였다.

플러스사이즈(plussize)를위한마네킹.
허리가약간두리뭉실해보이기는하지만
이것도보통이하사이즈같다.
속지말자,마네킹!
쓰지말자,내돈!

‘버버리’가게앞에서문득,
음악회에가서도코트를못벗던J가떠올랐다.
아,버버리코트…그래서코트를벗지못했었구나…
못알아준것이미안해서자꾸마음에걸렸다.

"얘,이쁘긴하지만너무비싸다,다음에세일할때사렴."
"놔두세요,엄마.잘버니까자기맘대로쓰게…언제또나와요?"
시간이돈인사람은돈도그렇게쓴다.
나처럼75%세일에서건지는기쁨을모른다.
그래서세상은공평한법.
초청해준백화점에대한인사로구두한켤레사가지고나왔다.

밖으로나오니,

주차장에는경찰순찰차가돌고있었다.
구세군자선냄비는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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