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베스트프랜드
"아빠,옛날얘기좀해주세요."
다큰딸들이갑자기아빠에게어렸을적얘기를해달라고졸랐다.
젊었을적에내가
남편의어릴적이야기좀해달라고하면
이다음늙어서동짓달긴긴밤,할일없을때
곶감빼먹듯이해준다고했었는데,드디어늙었다.
그리고지금은동짓달이다!
남편은할말이없다고버텼다.
"그럼,아빠학교다닐때베스트후랜드는누구였어요?"
"응?많지,많어…"
"하나만요."
"너무오래되어서생각이잘안난다…아,이런일이있었다.
초등학교땐가?어느날,
담임선생님이우리에게’나의가장친한친구’를써내라고하셨어.
갑자기누굴써낼까고민이되었었지."
"아니,너무많아서고민."
"에유,거짓말,난당신초등학교친구들한번도못봤다!"
내가끼어들자,아이들이말렸다.
"우리반이60명쯤되었는데,
꼽아보니까내베스트프랜드가열명도넘는거야.
도저히그중에서한명만고를수가없더라구."
"고민되셨겠네…"
"거기다나를좋아하는얘들이워낙많았어.그러니
그중에서한애만고른다는것이쉬운일이아니었지."
딸들이나를쳐다보며웃었다.남편은진지했다.
고이병철삼성그룹창업주(구글에서)
"고민하다가할수없이’이병철’이라고써냈지."
이병철?
미국에서자란우리아이들도이병철이란이름은어디서들어본듯.
"음.우리골목옆집에살던앤데,
그집과우리집은어른끼리사이가별로였어.그런데
갑자기걔가생각난거야.그래서그애이름을썼지."
엥???
"친하지도않은데요?"
"그래."
우리는잠시서로쳐다보다가다시웃기시작했다.
엉뚱한울아빠…
"어떻게그런생각을하셨어요?"
"생각해봐라,나를좋아하는애들이그렇게많은데
그중에한명이름만쓰면나머지애들기분은어떻겠냐?차라리,
이병철이를써내면자기들끼리는별말없을것아냐?"
어머,어머…
이건무슨병법이람?유자병법?
곶감더빼먹어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