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소식

네거리왼쪽두번째집에하얀꽃이피어있었다.
오래된집에오래된나무.
밤새비맞더니아침에깍궁!하며피었다.
반가운마음에우선사진을찍어놓고보니
나이든지붕위에핀하얀백발,백발뒤집어쓴할머니같다.
집도꽃도함께늙어간다.

"우리가소유하고있는것이우리의것이아닌것처럼
우리자신도우리의것이아니다.
우리는우리자신을만들지않았으며…그래서
우리는우리자신의주인이아니다.
우리는신의소유물인것이다."**

행복.
우리가우리의소유물이라고생각하는것이
무슨행복이되며무슨위안이되는가?

내집마당에핀꽃을보며행복한것은
그것이내소유라서일까?

"얘,나는과일나무만심으면이사를가게되더라.그래서안심어."
어머니께서말씀하셨다.
이상하게도그말씀이안잊혀지며,나무를심을때마다
나도혹시이나무심고이사가는건아닐까생각하곤했다.

오른쪽아래에’SOLD’라는간판이보인다.요즘,집이팔리는것은온동네의경사다.

집복이많아서그런지
나는유학생시절에도집을샀다.
그것도아주괜찮은동네에아담한집.
드라이브웨이에분꽃이피어있던집.
누가심었는지제법커서빨간꽃과까만씨가많이달렸었다.
그꽃을따서나팔을만들어불면아이들이
‘엄마,그거어디서배웠어?’했었다.

그텍사스집에서는목련나무를심었는데곧이사를가게되었다.

교회가는길에있는큰목련나무.
그동네에서일찌감치혼자만피었다.남향이라서그런가?
하얀벤치가있었으면목련꽃그늘아래앉아서편지를읽을텐데…
편지좀보내줘.

나는잘가꿔놓은좋은집을사서
다망가질때까지손질도안하고살았다.
그냥좋다,좋다하면서살다보면이사갈때가되는것이다.

조오지아집에서는감나무를심었는데,
첫번째열매가달릴때쯤이사를가게되었다.
감두개가너무탐스럽게익어이사가면서따가지고가서
하나는알라바마목사님드리고하나는벽에걸어놨었다.

지금사는집은전주인이일본사람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단풍나무도있고대나무도심어놨는데,대나무는뿌리때문에골치꺼리다.

이집에이사온지얼마안되어남편이출장을갔다.
나혼자있는데,
자정이되니까갑자기삼층에서이상한소리가들렸다.
귀신소리.
너무무서워한국의어머니께국제전화까지했었다.
다음날
교회집사님께전화를하니,
"거기일본사람이살았다며?일본귀신인가보다…"

설마했는데다음날밤에도같은소리가났다.
그건꼭전설의고향에나오는귀신소리였다.
미국영화에보면,이럴때미국여자들은권총을들고올라가던데
난권총이없으니까이불뒤집어쓰고벌벌…그소리는한5분쯤갔었다.

사흘째되던날남편이돌아왔다.
내가’귀신소리가나’했더니비웃던남편이
자정이되자정말그소리가나니까숨을훅들이켰다.
우리는그소리를따라살금살금삼층으로올라갔다.
아직다풀지못한이삿짐상자들이여기저기널려있었는데,
그한구석에서소리가들려왔다.우잉~지잉~으아우~으으~
확제쳐보니,
알람클락(alarmclock).
보딩스쿨에다니던조카가두고간것이었는데,
자연의소리라나,명상음악이라나,그런소리였다.

노랑수선화.
우리집에도두툼한낙엽을뚫고한송이피어났는데,
이집것은깔끔하게다듬은정원에여럿이피어있었다.
주인이게으르건말건,수선화는똑같이노랗게핀다.
노랑손수건달고초등학교에들어가는꼬맹이같다.

**알더스헉슬리의’멋진신세계’중에서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