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예고없이갑자기내려와나를기쁘게했다.
둘이서이렇게한가하게돌아다닌것이도대체얼마만인지…
"우리커피마시러가자!"
"좋아,엄마!"
우리둘이는
커피마시러가자는말이나오면반짝생기가난다.
싫다고핑계대는일은절대없다.
내가가장좋아하는일,
커피가맛있고,분위기도있으면더욱좋지만안그래도괜찮다.
아틀란타브레드컴퍼니라는빵집에앉아
비가부슬부슬내리는거리를내다보며
"정말한국에전쟁이날까?"
"설마나겠어요?"
"그래,괜찮겠지?"
문득,
‘누르면발사되어터지면불바다로만든다’는그들의협박문구가생각났다.
우습게도이건딱내가우리집에서하는짓이다.
나,
스트레스에눌리면쉬익~발사되어,
터졌다하면집안을불바다로만드는데…ㅎㅎ
"난,ATM(자동현금인출기?)으로는돈을찾기만하는줄알았지
그기계에다입금도하는줄은몰랐네요."
내말에은행원이웃었다.딸이얼른거들었다.
"우리아빠가다해줘서엄만잘몰라요."
어쨋거나
모르는것이이것하나뿐만은아니다.
그래서이제는뭘모른다는게부끄럽지도않다.
베스트바이에가서최신전자제품들을둘러봤다.
딸은내가묻는말에차근차근잘대답해줬다.
모르면점원에게,점원도모르면구글에게물어본다.
왜이렇게복잡한것들이많이나와서나를주눅들게하는거지?
"얘,난손톱을안길러서그런지스마트폰자판치기가힘들더라.
뭉툭한손가락이자꾸다른글자를건드려서오타가나."
그랬더니,
딸이불루투스휴대용자판기를사줬다.
집에돌아와그걸로글자를치니까휘딱휘딱,카톡수다가빨라진다.
외식을하려면,
‘이동네엔갈곳이없어!’라고불평만했는데
딸이좋은식당몇군데를인터넷으로찾아냈다.
돈만있으면여기도갈만한식당이많군!
그중하나가멜팅팟(MeltingPot),퐁듀식당이다.
온갖인종이모여사는미국을멜팅팟이라고한다지?
턱시도를입은백발의신사가식당입구에서호스트를했다.
그때문인지식당의분위기가고급스러워보였다.
나중에그가자기를주인이라고소개하는데,
아버지와아들이동업한다고.
음식은
치즈에담가먹는것으로시작해서,쵸코렛에찍어먹는것으로끝났기때문에
맛을논할수가없다.
지방과설탕,소금의조합은감각의쾌락과정신의고통을함께선사했다.
그래서이런데서는
조금먹고,돈은많이내는가보다.
OBB라는생맥주,
공장맥주가아닌,동네에서만든흑맥주인데맛이좋았다.
남편이시킨것을내와인잔에조금따라마시며
"난,이게제일맛있다!"
집에서한발짝만나오면세상엔맛있는것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