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브레이크

남편과조카의봄방학.
조카가아틀란타에있는에모리대학에서중국어시험을봐야하기에
거길데려다줘야했다.
그런데마침,
조오지아에사는선배가자기집에놀러오라고했다.
그래서조카는에모리대학근처에호텔을잡아주고
우리는13년전에떠난고향과같은컬럼버스를방문하기로했다

남편의첫직장은컬럼버스주립대학이었다.
황량한텍사스에살다가오니그곳은너무나아름다웠다.

미국에서처음으로안정된수입과직위를누리며살던곳,

거기서6년을살았다.

우선우리가살던동네부터가봤다.
노루가족이거닐고,작은연못과개울이흐르는곳.
그런데,우리가살던집은그때보다초라해보였다.

창문앞의꽃나무들은다잘리고목련한그루만초라하게남아있었다.

아들이다닌브룩스톤고등학교를지나며
"그때가좋았구나…"
갑자기지난세월이아리게그리웠다.

"언니,거기가면내가자주다녔던길사진좀찍어보내세요."
동생이부탁했다.

동생은그때,한국에서유방암치료를마치고교환교수로
아이둘데리고우리옆으로와서일년을살았는데,
항암치료후이고아이도둘이나달렸으니까
도우미할머니도함께왔었다.
그래서자기들끼리아파트를얻어살았다.

조카헤더가다니던중학교.

그때중3이었던동생의딸헤더는지금의대생이다.

더블쳐치초등학교.
4학년이었던스티브도올해의대에들어갔다.

이때미국학교에서1년공부한것이디딤돌이되었던것이다.

선배댁을찾다가,
립스틱바르느라집을놓쳐약간헤멨다.여러번갔던곳인데…
그집주인이었던켈리언니는저세상으로갔지만,
차고옆텃밭에서는새안주인이기르는노란무꽃이우리를맞았다.
"어서오세요,저분이이렇게손님을기다리시는건처음봤어요."
새안주인은남편을’저분’이라고불렀다.

켈리언니가살았을때와달라진것은하나도없었다.
그릇도그대로,가구도그대로,쿠션도그대로,
손수만든커텐도그대로달려있었다.
켈리언니만없었다.
나는새안주인에게마음속으로감사했다.
우리의추억을지켜주어고마워요.

건강식으로차려진저녁을먹고,
켈리언니가아끼던레녹스그릇을씻고나서
새주인과거실에서딩굴거리며새벽까지이야기했다.
그녀의이야기를들으며,
"나도저렇게사근사근이야기해본적이있었던가?"
갈수록무뚝뚝해지는나를돌아보았다.

에모리대학

다음날아침일찍
남편의동료였던J교수를만났는데,
"곧은퇴할겁니다.정말일하기싫어요."했다.
요즘같은세상에도일하기가지겨워은퇴하겠다는사람이있구나…
그의아내는고향인동유럽에서노부모를모시고살고있다.

J교수와아침을먹은후,서둘러아틀란타로향했다.

조카를호텔에서시험장으로데려다줘야하기때문이다.
"고모,2B연필이필요한데요."
"시험치는녀석이연필도안챙겼냐?"
핸드백과자동차속을뒤져서연필두자루를찾아줬다.

시험이끝날때까지3시간을에모리대학앞에서기다렸다.
그거리에는맛있는베이글을팔던빵집이있었는데
지금은’파넬라브레드’로바뀌었다.
거기는
에모리대학에다녔던내작은딸과의추억이얽힌거리다.

젊은이들이버글거리는빵집에앉아
스마트폰을꺼내작은딸에게문자를보냈다.

답장이왔다.
"엄마,지금예배중이예요."

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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