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 가는 길

하루쯤,

아무말도하지않고살았으면…
영어도,한국말도,
듣기도싫고말하기도싫었다.
그냥,
머리속을텅비우고멀거니혼자있고싶었다.

남편을따라미시시피에다녀왔다.

사람들은,
미시시피주와알라바마주가미국에서제일가난하다고말하지만,

그건사람들의계산이지
자연은전혀그렇게말하지않는다.
알라바마,미시시피의벌판은촉촉했고하늘은푸르렀다.

요즘내가무슨’풀귀신’이씌었는지

스치는초록벌판이모두먹거리로만보였다.

셀폰도안터지고,GPS도침묵하는길.
그런것이무용지물이되는곳,
기계가사람을컨트롤하지못하는곳,통쾌했다.

밭에물뿌리는스프링클러를싣고가는차

알라바마의서쪽,미시시피의동쪽,그시골길은
아무것도부족한것이없었다.

왜가난하다고하는거야?
화장실과커피는맥도날드가해결해주었다.

깜박졸다보니미시시피스테이트대학에와있었다.
미시시피주에서학생수가제일많은대학이다.
대학이있는스탁빌(Starkville)이라는도시는인구가약2만이라는데
이대학학생수도약2만이라니,그야말로대학촌인것이다.
대학이도시를먹여살린다.
한국도이렇게하면안되나?

대학의게스트하우스에묵었다.

나는미국생활을대학캠퍼스에서시작해서그런지학교가낮설지않다.
미니스커트대신짧은운동복바지를입은여학생들이
탱탱하고쭉뼏은다리를자랑하며걷는다.

캠퍼스에서아는사람이라고는존그리샴밖에없었다.
그를만난건아니고,
존그리샴이이학교출신이라지…회계학전공.
나중에미시시피법대로가서변호사가되었고,작가가되었다.

도서관에는존그리샴방이따로있었는데
우리가늦어그방에들어가보지는못했다.
도서관이크고,책읽는학생들이많은걸보면
이학교는’파티스쿨’은아닌가보다.

다음날아침,
학생회관의베이커리에커피를마시러갔더니베이컨도나스가있었다.
도넛위에베이컨을죽얹은것.처음봤다.이곳특산물(?)인가?
"먹어보자!"
그래서하나샀는데
커피와베이컨도나스의달콤한어울림…남부의맛인가?.
먹다보니짜릿한죄책감이생긴다.불륜의맛이이럴까?

집으로돌아가는길.
열마리쯤되는소가웅기중기모여있었다.
우리동네존스밸리목장의윤기나는풀을뜯는

귀한소들과는좀달라보였다.
소박한농가의소들답게수수하게생겼다.

검정소는요즘유행하는앵거스비프.

이쁜헛간

농촌을다니면항상헛간(oldbarn)사진을찍고싶었는데
기회가없었다.
대부분의헛간은본가의비밀을간직한채,그옆에전설처럼서있었다.
성황당처럼,느티나무처럼…

남편은업무상갔으니오가는길이다의미가있겠지만,

나는’베이컨도넛’먹은것밖에는특별히한일이없었다.

하긴,

그럴려고간것이니까…

미국남부에산것도거의30년.

그중에도알라바마,미시시피는남부중에서도남부라는데,

못살아서가아니라전설이많아서다.

거기서

나는무슨전설을쌓고있는가?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