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먹고푹쉬라고해서얼씨구,하면서
밀렸던책을읽으려고잔뜩쌓아놓았다.
역사,과학,돈버는방법,출세하는방법,소설,
신앙서적,수필,유적답사기,번역서,한국어책,영어책…
쳐다만봐도흐뭇.
그런데
책마다다섯페이지를넘기기가어려우니웬일일까?
왜이렇게재미없는책만있지?
그러다가
유흥준의’나의문화유산답사기’6권을집어들었는데
술술나가기시작하는것이다.
경복궁얘기부터시작하는데,
깜짝놀란것이광화문사진을보면서였다.
어머,인왕산!…
"우리의경복궁은어느시점에서보아도
북악산과인왕산을바라볼수있는자연과의어울림이자랑이다.
그것은규모의문제가아니라미학의문제다"
유흥준교수의설명.
중국의자금성,프랑스의베르사이유궁전등과비교해규모가훨씬작은경복궁,
그래서한국인들이기가죽는다는데…
경복궁은
궁궐안에인왕산,북악산등의거대한자연을들여다놓았다.
자,누가말해보라!
세계어느궁궐이정원에다산을들여다놓았는지!
우리집에는가구가별로없다.
돈이없어서못사기도했고한편으로는
집에어울리는가구도없었다.
텅빈거실.
그래서나는항상
"우리거실에는자연이들어와있습니다"라고변명해왔다.
사실,어디에앉아도나무와돌,바람,구름을볼수있다.
그래서어쨌다는거야?
(딴생각에잘빠진다는거지…ㅎㅎ)
이렇게재미있는책인줄알았으면1권부터다사올걸…
소파에다리를턱걸치고누어경복궁서부터성주사까지끝냈다.
그를따라나무,돌,바람,역사,그리고
그속에살았던인물들과함께
하루동안천년을오락가락하며보냈다.
책의서두에유흥준씨가’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했는데
책을다읽고나니멍해졌다.
도처에있다는고수들도못알아보는주제에
무슨말을하기가무서워졌다.
유흥준교수는상수를만나거나신기한것만보면’인생도처재상수(在上手)’라고
입버릇처럼말했는데어느날청명임창순(任昌淳)선생께서빙긋이웃으시면서
‘자네는한문공부를좀더해야겠어’라며
‘재(在)는be동사이고’유(有)’는have동사니제대로말하려면’인생도처有上手’라고
하라고고쳐주셨다는것이다.
여기서나는또잡념에빠졌다.
직장에다닐때,나는임창순선생님께한문을배우러다녔는데
퇴근해서강의실에들어가면앉자마자처음부터끝까지졸았다.
그래도석달을버티고다닌것은,
졸면서도그분께배워야겠다는소원이컷기때문이다.
결국졸음을이기지못해아무것도못배우고말았다.
백제성주사터를마지막으로책은끝난다.
바람,돌,나무,
"돌에새겨진구름이바람이라는것을아는가?"
상수가여기에도있었다.
그의책은멋들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