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과 시니어 커피

S가아틀란타에간다고해서
김밥5줄을싸서줬다.
이웃친구가놀러가는데뭘김밥까지싸줘?
김밥은운전하면서먹는게제일맛있고,
나도핑게김에먹고싶었기때문이다.

산부인과정기검진날.
전날싸놓은김밥한줄을썰어가지고나섰다.
병원에서나오면항상허기가져서아무거나사먹게되기때문이다.

초음파를찍고나니,
검사원이대기실에서잠간기다리라고했다.
그래서잡지한권을다보고,
에니팡도한판하고나니30분이지났다.
그런데도부르지를않았다.
문득불길한생각이들었다.뭐가잘못됐나?

나는자궁근종이있다.
그래서초음파검사를정기적으로하는데,
보통은검사후바로접수처에가서
다음예약을하고,
코페이(co-pay)내고바로집으로갔는데
이번에는기다리라고하는것이다.
검사결과가나쁜가?

다시접수창구로가서
"초음파는아까찍었는데,왜이렇게오래기다리지요?"
"아마,의사선생님을만나야하니까그럴꺼예요."

그때부터본격적으로불안해지기시작하는데별별생각이다들었다.

이게물고기다.

근종이더커져서자궁적출을해야하는걸까?
혹시암이발견된것일까?
그러면수술을해야하고,항암치료를받아야하고…
그병수발은누가해줄것인가?
당장,
좋지않은소릴들으면눈앞이캄캄해질텐데
집으로돌아가는운전은누가해줄것인가?

온몸의맥이빠져나갔다.
이미암환자가되어봤으면서도다시겁이났다.
아이구,하나님,도와주세요!

대기실에는
배불뚝이임산부엄마를따라온세살쯤된아이들이있었다.
장난감들사이를왔다갔다하며재잘거리고있었다.
"나는죽어가도새생명은여전히탄생하는구나…"
문득,
이세상에나와서내가한일이라고는
아이셋낳은것뿐이라는생각이들었다.
그나마아무것도안한것보다는낫다…

거의한시간쯤기다리다다시접수창구로갔다.
"혹시나를잊어버린건아니겠지요?"
"지금체크해볼게요."
잠시후,
곧바로불려들어갔다.
의사는근종이조금더자랐다고하면서,
그래도좀더지켜보자고했다.6개월더지켜보기로했다.

"자궁근종은폐경기가지나면보통줄어든다고하던데왜커지지요?"
"홀몬관계도있지만,섭식(diet)도원인이될수있구요.
예를들면,고구마같은음식…"
"어머,저는고구마섞은죽을거의매일먹는데…"
이의사는다른의사들과좀다르다.
환자를경계하지않고자기생각을쉽게말해준다.

다죽어가며들어갔다가,나올때는흥,고구마안먹어!하며나왔다.
물론하나님,감사합니다!도했다.
이안도의소식을전해야할텐데
남편은비행기속에있을테고,그래서딸에게카톡을보냈다.
딸이말했다.
"최근잡지에서읽었는데요,요즘은의사들이

초기암수술을좀자제하고암이라는말도함부로안쓴데요."
"그래,암이라는걸생각만해도지레겁먹어죽겠더라."

무슨검사이건검사받을때마다쫄아드는건어찌할수없다.
의연하게대처하게해달라고기도는하지만쉽지않다.

병원문을나오니허기가밀려왔다.
김밥가져오길잘했네…
맥도날드에들러뜨거운커피를한잔샀다.

62센트짜리시니어커피로도충분히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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