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이너무맑아서깨질듯했다.
"이런색깔을영어로뭐라고하니?"
교회에서나오며델라에게물었다.
"블루…God’sblue!"
맞다,둘이서손바닥을마주쳐하이파이브를하고,
날씨를참을수없어,우리는집으로안가고산으로갔다.
KeelMountain.
HollowVillage라는마을길로들어서산을오른다.
‘할로우’라는뜻처럼우묵하고,텅비고,허무하게생긴마을.
문득,
이산에산삼(山蔘)이있다던말이생각났다.
몇년전,반대쪽에서산을오르는데미국아저씨가우릴보더니
‘너희들ginseng(인삼)캐러왔냐?’물은적이있었기때문이다.
아직단풍은안들고
우리가지나가면나무들이곧바로색을바꿀듯보인다.
단풍도없고,개울도없는아직은싱거운산.
그래서인지한국의화려한산처럼극성등산객은없다.
극성.
"저기서사진이나한장찍자."
차를잠시세우고’KeelMountain’교회를찍었다.
오늘일요일,몇명이나예배드리러왔을까?
옥수수밭너머로가끔보이는낡은집들이가난의경건한모습으로서있었다.
목사차림으로보이는신사가그중한집문을따고들어가고있었다.
극성.
어느날,손가락이가늘고야들야들한여성이생글생글웃으며나더러
‘어머,극성이셨네요.’했다.
머리가띠잉~해져서말도안나왔다.
도움이되라고열심히살아온미국생활얘기를해줬더니반응이겨우그거?
그런데
요즘은자식들조차도가끔씩그런말을한다.
그럴때면물대접에라도팍빠져죽고싶다.
극성.
자기들과먹고살려고열심이었던것이지
내가무슨극성바이러스나박테리아에감염되어서그런가?
만일그렇다면자기들이나를’극성’이라는병에걸리게만든원조’바이러스’아닌가?
화딱지가나서
극성이란단어가도대체무슨뜻인가찾아보니
한영사전에는
togobeyondlimits,tobeextreme
왕성,억지,억척,과격…
그런데이런뜻도있었다;Bolshevism과격주의
엥?
볼세비즘?그럼나는볼세비크당원?하하
산을다넘어가도
그’극성’이란단어가머리에서떠나지를않았다.
(사실은소리울님블로그에서봤던거다)
나는절대로볼세비키당원은아니지…
가정에서피의혁명을부르짖은적도없고
가정을뒤엎으려한적도없다.다만,
열심히일하지않으면이험한세상에서살아남을(survive)수없다고
협박한적은있었다.
"너희들,엄마처럼새벽4시부터일하고싶으면공부안해도된다."
노동을경시하는것이아니라,게으름을경고하는것이었다.
5년전,암환자가되었을때
사람들의반응(진단)은여러가지였다.
그중에하나가,
"미국와서고생심하게하더니드디어병이났네…"
나는,
절대로고생을많이해서병이났다고생각하지않는다.
지금도그렇다.
고생으로치면,우리부모세대들처럼많이한사람들이또있을까?
그렇다면우리부모들은거의다암환자였어야했다.
무슨일을하건잔소리,타박하는사람없었고
친절한예수쟁이들이많은나라,
몸둥이를움직이기만하면’딸라’가생기는나라.
나이40넘어도공부할기회가주어지는나라,
나이50넘어청바지입고활개칠수있는나라,
나이60넘어골프채메고나갈수있는나라,
신기하고고마운나라다.
그래서
하나도고생스럽지가않았다.
다른사람들이달라스의갤러리아백화점에몰려가건,
새집,새자동차를자랑하건,하나도안부러웠다.
나는
명품을걸치는인간이아니라
명품인간그자체로미국에서다시태어나고싶었다.
1920년볼세비키,Kustodiev그림,위키에서
그런나를’극성’볼세비키당원이라고?
자식들아,
제발그렇게부르지말아다오.
내비록살아남기위해열심히일은했다마는
무슨혁명을꿈꾼것도아니고,
너희들을공산당원을만들려고애쓴것은더더욱아니잖니.
너희들이극성이라고부를사람들은저기바다건너다른곳에있다!
열심히산결과로지금,
‘하나님의블루’가을하늘을만끽하고다니는것아니니?
엄마의삶을제발멋지게,느긋하게봐다오,얘들아.
극성볼세비키당수취급받기는싫다.
너희들이그럴땐엄마마음이저할로우빌리지처럼텅비고허무해진다.
감성만점,하나님당원이라고불러주면안되겠니?
나는그게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