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젊은시절이야기를하나해야겠습니다.
저는요즘말로’신이내린직장’이라는곳엘다녔습니다.
그러나제전공과도상관없고,연줄이나빽이있는것도아니었고,
그렇다고제가간절히원했던직업도아니었습니다.
친구의소개로정말우연히그신의직장에들어가게되었습니다.
사실은,
저도다른친구들처럼교사가되리라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교직과목도이수하고준비를하고있는데엉뚱한사건이하나생겼습니다.
아는고등학생의일이었는데,그일로담당교사를자주만나게되었습니다.
그런데그교사가어려움에처한학생을전혀도와주지않는겁니다.
학교의방침에항의하는것이귀찮다는듯이,
자기는국어과목만잘가르치면된다는태도였습니다.
그로인해직접적으로타격을받은것은학생본인이었지만,
저는이사건을통해서교사를안하기로작정했던겁니다.
학생을위하지않는사랑없는직업교사,기부금에연연하는학교,
그런곳이싫어졌기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생실습도안하고방황하다가신의뜻으로’신이주신직장’에들어가게된거지요.ㅎㅎ
그때부터제인생은제적성과는상관없는남의일에묻혀살게됩니다.
그신의직장은
여직원을뽑으면일단한부서에모두모아놓고연수를시킨다음
하나둘씩뽑아일반부서로보냈습니다.
여섯달쯤이면대충다다른부서로빠지는데그과정이참웃깁니다.
회사가웃기는게아니라여자끼리모여있는곳이웃기는겁니다.
누구하나가다른부서로발령이나면남은여자들끼리서로추측하기를,
"쟤는인물이좋아서거기로갔어,누구누구가빽이래,실력이빵빵하데…"
그러니까,
뽑혀나간순서대로아가씨등급이매겨지지요.
신입여자직원반이상이빠져나갔는데도저는그냥남아있었습니다.
물론빵빵한월급은꼬박꼬박나오지요.거기서도단순노동은하니까…
그리고사실그노동에불만은없었습니다.
머리쓸일도없고,월급은다른부서와똑같으니까요.
다만그소문,
‘이쁘고빽좋고실력좋다’는평가뒤에남는내가비참했던거지요.
그래서매주월요일이되는것이끔찍했습니다.
‘대리’라는직원이
‘누구,인사과로가봐!’하면방안이일순조용해집니다.
뽑히지못하고남은자들은침묵하며나는무엇이모자랄까?자아비판을해야되지요.
아무튼
대졸출신들이속속다빠져나갈때까지저는그냥남아있었습니다.루져(loser)처럼.
그때,중학교교사안한걸많이후회했습니다.
다빠져나가고몇사람안남았을때저는인사과를찾아갔습니다.
인사과에아무도아는분은없지만,
저와친하던여자직원의아버지가거기계셨습니다.
그분은자기딸을안다고하니까웃으며맞아주었습니다.
"그런데무슨일로?"
선채로물으셨습니다.
"궁금한것이있어서요.제가지금**과에있거든요."
"그래서?"
"같이들어온애들은다른부서로다빠져나가는데저만남아있는거예요."
그분은그게어때서?라는눈으로보았습니다.
"들리는말로는성적순이거나,얼굴이이쁘거나,아는사람이빼줘야나간다던데
그러면저는언제까지그과에남아있어야하는건가요?"
돌직구를날렸습니다.
솔직히,의도한바는아니었지만달리할말이없었기때문이죠.
"누가그래?쓸데없는말들듣지말고돌아가서일이나잘해."
정말멋적었습니다.
그래서그냥꾸벅인사하고나왔습니다.
그날이금요일이었는데,
다음주에새부서로발령이났더군요.
어떤교수의테뉴어(종신임용제?)심사가있었는데
반대표가많아젊은교수가심사에서탈락했다고합니다.
저는얼굴도기억못하는미국교수이지만
그가족이당할절망감에가슴이아픕니다.
지난여름에는
7년동안함께있었던한국교수가테녀가안되어떠나야했습니다.
우리도남편의테녀심사때무척가슴을졸였었습니다.
그래서이런일이있을때마다남의일같지가않습니다.
세상은정확한정보를주지도않고,받으려하지도않습니다.
그러면서도타인을심사해서인생의중요한결정을자기들이해버립니다.
당한사람들은얼마나고통스럽겠어요?
그래서
나이40이넘어야겨우책임있는일을담당할자격이주어지는
플라톤의’국가’가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