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쉬킨 덕분에…
우리가키르기즈스탄에간다고미국사람들은대부분

나라알아요?”라고물었었다.

몰라요.그러나내가한국에서미국으로때도영어를하진못했어요.

그때언어의장벽을한번겪었기때문에이젠무섭지는않아요.”

그들은고개를끄덕끄덕했다.그러면서’벤조,용감해!’했다.



필하모니아.우리러시아반의데이트립(daytrip)

사람은누구입니까?”

안톤입니다”

무엇을하고있나요?”

책을읽고있습니다.”

무슨책을읽고있나요?”

듀마의입니다.”

러시아어클라스의질문과대답.

선생님이‘듀마’누구인지아냐고묻자

중국인,한국인학생들모두가모른다고했다.

내가손가락셋을펼쳐보이며“뜨리머스키티어(삼총사)”하니

선생님이알아듣고반색을했다.이건러시아말과영어가비슷하긴하다.

그걸계기로선생님의수다?늘어졌다.

자기는어렸을오빠책을몰래가져다봤다는둥,

딸따냥’보다다른주인공이좋다는둥,

지금은추리소설을좋아한다는둥…

아무리기초반을가르치는선생이라하더라도좀답답했었나보다.

아무리기초반학생이라해도나는대강알아들었다.

알렉산더듀마의삼총사를읽었으므로…

우리러시아반학생들은지나칠정도로상식부재다.

차이콥스키,톨스토이,푸쉬킨,이런거하나도모른다.

말을알아들어서모르는게아니라정말모른다(본인들이고백한다)

그래서

나이가제일많은내가아는척을몹시하는데,

혹시나러시아어선생이한국인은무식하다고생각할까봐서다.

(중국인이야그렇게생각하건말건…)


키르기스-러시안슬라빅대학에세워진푸쉬킨의동상

나는자선단체에서대학생에게한국어를가르치고있다.

그들은한국말을곧잘하고쓰기와읽기도한다.

그리고한국어를배우는목표도뚜렷하다.

학기를끝내면서나는

그들에게한국노래를하나가르쳐주고싶었다.

경험으로미루어보면노래가사가가장오래기억에남기때문이다.

그런데문제는,

요즘젊은이들이좋아하는한국노래의가사가외계인같아

한국어를배우는외국학생들에게적합하지않아보이는것이다.

가곡을가르쳐주려니멜로디가힘들고,동요는너무어리고…

그래서대신푸쉬킨의시,

삶이그대를속일지라도외우기로했다.

시는,한국인들에게많이알려진,한국인들이좋아하는시다.

너희들이푸쉬킨의시를한국어로외운다면이번학기공부는마친셈이지.

나중에한국엘가거나한국인을만날기회가되면시를한번외워봐라,

깜짝놀랄거야.”

주일이지나자사이칼이외워가지고왔다.

발음과억양을고쳐주며,시를좋아하냐고물었더니

그녀는푸쉬킨의동상’이라는시를좋아한다고했다.그러면서

푸쉬킨은자기가유명하게것이라는것을미리알고,

미래에세워자기의동상상상하며시를썼어요”라설명까지줬다.

학생들이이런피드백(feedback)’나는즐겁다.


푸쉬킨은38세에죽었다.

당대절세미인이었던아내근차로프.

유부녀인그녀에게끊임없이구애를했던연적단테스나와의결투에서

그의총에맞아죽었다.

아프리카의추장이었던푸쉬킨의증조부는노예로잡혀러시아로왔으나

러시아왕실은그를알아보고교육을시키고중임을맡겼다.

푸쉬킨은그래서피부색이약간검다.

러시아문학에지대한공헌을푸쉬킨,

거의200년이지난지금

나는그의시로인해러시아어사람들과약간의소통을한다.

만일내가푸쉬킨을몰랐다면

사람은누구입니까?”

안톤입니다.”

정도의수준으로만족해야했을것이다.

그러나푸쉬킨덕분에지금나는

키르의젊은이들과함께시를외운다.

세상이그대를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노하지마라

참고견디면즐거운날이오리니

마음은미래에사는

현재는슬픈

모든것은순간지나가고

지나간것은훗날소중하게되리니…”

·(키르학생들에게는네이버에있는번역(직역)카피로줬지만

위의것은내가어렸을적에외웠던운율을기억하며조금고친것이다.

또,학생들과약속하길,나는저시를러시아어로외우겠다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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