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겨울, 그래도 우리는…

내가사는키르기즈스탄비쉬켁의아라랏차산,조블블로거’도토리’님의작품

키르에오자마자다음바로러시아학원에나가기시작했다.

엊그제눈이조금녹는가했더니다시진눈깨비가날리는오후.

학원에서나와서남편과둘이현미쌀사러한국마켓에갔다.

여기는현미가금값.

버스를타니여전히젊은이들이벌떡벌떡일어나자리를양보한다.

돌아오는길에오르또사이시장에들러

(시장안에아주깨끗하고맛있는식당이있는데한국사람들이좋아한다)

라그만’수타국수와만두를먹고귤과계란을들고왔다.

길에넘어질까봐남편팔장을.

차가운바람에손이시린데도이렇게상쾌한걸까?

키르의집은15되는월세아파트.

작은두개,작은거실,작은부엌,작은목욕탕,작은발코니

들어서니따듯하고아늑하다.



웨스트버지니아의그린브라이어,2014



나는한국에때부터수없이이사를다녔다.

어려서부터부모님과떨어져살았기에함께친척도많았고

각급학교에서만나고헤어진친구도많았다.

교회도여러다녔으니까형제자매님도많이만났

한국을떠나서는

두바이,미국의텍사스,조오지아,알라바마주로옮겨다니고

곳에서도여러번이사를다녀야했다.

와중에카자흐스탄에도살았고,지금은키르기즈스탄에살고있다.



수많은사람과의만남,그리고이별

그들은모두얼굴을마주보고살다가헤어졌는데,

그때는젊어서그랬는지의연하게

잘있어요,가세요하면서쉽게헤어졌었다.

그런데


이런모습으로기억해주세요


지금조선일보블로그를떠나며나는어쩔줄몰라한다.

얼굴도모르면서7동안블로거들과정이포옥들었기때문이다.

얼굴도모르면서별거별거알며지냈.


형제가명절에무슨음식을준비하는지는몰랐어도

이웃블로거가빈대떡100부치는알고있었다.

형제의손자가얼마나컷는지는모르고살았어도

이웃블로거의손자가유치원에가기시작한것은알고있었다.

형제가어디가얼마나아픈지는알지못했어도

이웃블로거가허리다리팔쑤시는것은알고있었다.

이제그들과헤어진다.

가상공간이라더니,이거정말꿈이었던가?

꿈이라면참으로길고긴,깨어나서도생생하게생각나는꿈이렸다.


블로그친구들,

우리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날까?



그래도
변함없는것은

천산줄기의라랏차.

이웃블로거도토리님이그린그림.

직접보지도않고블로그의사진만보고저렇게그렸다.

우리는이렇게조선블로그와함께살았다.

그래서이그림을,

우리가블로그좀비가아니었음을증명하는것으로

조선일보블로그폐쇄기념으로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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