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짜리 흠 없는 숫양을 잡았다.
털이 없어 염소처럼 보였다.
바~바~블랙쉽 털 다 어디로 갔어? (미국 동요)
지금은 털 깎는 시즌, 다 깎고 왔어요.
검정 양은 마당 기둥에 묶여있었다.
100달러쯤에 팔려 온 양.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을까?
마침 구약의 제사법 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관심이 많았다.
잘 가라고 머리에 손을 얹었다.
양은 죽을 때 너무 조용해서 그걸 보면 가슴이 미어져 다들 운다고 하기에
양 잡는데 안 가려고 했었다… 정말로 양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버둥거림도 없이 그냥 죽어갔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사람들이 발목을 묶고있다.
멱을 따서 피를 받고…
사진 찍느라고 이리저리 뛰다보니 울기는 커녕 양의 피를 보고도 담담,
평소 폭력영화를 보지도 않았는데 내가 왜 이렇게 잔인해 졌을까?
꼬맹이들도 아무 소리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잠간 옆으로 눈을 돌려 지렁이를 본다. 지렁아…
구약에 적힌 제사법을 읽을 때는 뭔 말인지 잘 몰랐었는데,
21세기 키르기즈 사람들이 양을 잡는 것을 직접 보니
그 내용이 한결 명료해진다.
피는 기독교에서 아주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공개 된 블로그에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참고로, 여기에도 러시아 정교가 있고
그들의 부활절(우리와 날자가 다르다)이 곧 다가오고 있다.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양을 잡는 방법은 옛날과 비슷하겠으나 용도가 구약시대와는 다르다.
양이 아침을 잔뜩 먹고 끌려왔는지 밥통(위)이 무지하게 크다.
구약의 제사에서는 기름과 콩팥, 간 꺼풀을 떼내어 태우라고 했는데,
그 타는 냄새를 하나님이 향기롭게 받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엉덩꼬리(미골) 부분의 기름과 간은 먹는다.
꼬리 부분의 기름은 양고기 중에서 최상으로 친다는데
광야나 유목민들에게는 지금 우리가 기피하는 기름이 꼭 필요했고,
그 중에도 엉덩이 부분의 꼬리 기름이 가장 고소하다는데
아마 그런 이유로 이 귀한 부분을 하나님께 바쳤을 것이라고 본다.
이곳 사람들은 간과 함께 먹는다. (위의 사진)
맛이 아주 좋아 어른부터 대접한다고.
성경에는 ‘번제단’이란 것이 있는데 제물을 태우는 곳이다.
이 집의 번제단은 아궁이처럼 생겼다.
불 위에 석쇠를 놓고 그 위에 양의 발목이나 내장 등의
안 먹는 부분을 올려 태운다.
가죽을 벗기고 나서 내장을 꺼내고 각(고기 토막을 내는 것)을 뜬다.
이곳 방식은 12토막으로 나눈다고 한다.
양의 머리는 왠 일인지 끝까지 남겨두었다가
맨 마지막에 자르고 석쇠 위에 올려 태웠다.
남은 껍데기는 중국 상인에게 판다고 하는데,
왜 하필 중국상인이냐고 묻지는 않았다.
각을 뜬 고기를 커다란 솥에 넣어 끓이기 시작했다.
바베큐가 아니라 삶는다고 했다.
고기 덩어리를 찬 물에 넣어 서서히 물을 덥혀가며 끓였는데
그렇게 끓여야 고기가 질기지 않고 맛있다고.
— ‘양고기 잔치’는 다음 편에…
데레사
2016년 3월 26일 at 7:35 오후
무섭지 않았어요?
어릴때 집에서 기르던 개를 비슷하게 잡아서
동네잔치를 하먼 나는 안먹을려고 도망
다니던 생각이 납니다.
그곳에서 별 구경을 다 하네요.
벤조
2016년 4월 2일 at 2:47 오후
무섭긴요…
제가 나이가 들어가며 무척 용감해지는 것 같습니다. ㅎㅎ
저도 아직 보신탕은 안 먹어요. 그냥 먹고싶지 않아서…
이 댓글이 3월달 건데 이제야 응답하네요. 미안해요. 데레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