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오전에는 시내 관광.
관광버스 코스가 잘 되어있는 것 같아 호텔 안내에게 물어보니
시간에 쫒기면 3시간짜리 택시 관광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값은 둘이 비슷.
관광버스는 12시간, 24시간 패스가 있는데 한번 사면
주요 지점마다 정거장이 있어 보고싶은 대로 실컷보고
다음 버스를 타면 되도록 되어있었다.
시계 방향으로, 부르즈 칼리파, 부르즈 알 아랍, 월드 아일랜드와 더팜,
마리나 두바이, 알막툼 로드 — 그날 내가 돌았던 코스 (이미지는 구글에서)
?
그러나 우리는 3시간짜리 택시를 탔다.
안내는 택시기사가 알아서 해준다고 했고
두바이는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기 때문에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택시기사가 묵묵히 운전만 하다가 ‘저게 뭐예요?’ 라고 물을때만 답했다.
지난번 인도 여행에서도 같은 일을 당했었는데 깜박 한 것이다.
답답하지만 어찌하나. . .
택시는 아주 천천히 주메이라 비치 길을 달렸다.
내가 살 땐 없었던 길, 비치 타운, 부자 동네 냄새가 났다.
만일 우리가 두바이에 안 살았었더라면 거기가 어디인지,
왜 거기로 가는지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병원들과 부틱, 고급 레스트랑 등이 줄지어 있었는데
병원에는 서양 의사들이 많이 와있다고 했다.
“유럽 의사들이 오는 이유는 자기 나라의 세금이 너무 무거워서 랍니다.”
“30년 전에 우리는 치료, 약, 모두 공짜로 받았어요.”
기사는 그건 옛날이야기라고 웃는다.
그러면서 자기가 지금 사는 이야기를 했다.
가족은 함께 살았었는데, 집값과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
파키스탄으로 보내고 혼자 남았다는 것,
거주증이나 노동허가를 얻기위한 경비가 많이 든다는것,
회사에 내는 여러가지 분담금이 많아 돈을 별로 못 번다는것, 등등. . .
그래도 두바이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나으니까 안 돌아간다고.
그래,
이런것이 관광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그의 말을 들어줬다.
바닷가에 차를 세웠다. 퍼블릭 비치.
우와, 비키니, 비키니가 있네!
옛날에 지연이 엄마랑 여기 왔을 땐 사람이 하나도 없어 막막했었는데
지금은 각양각색의 인종에 비키니까지…
이 땅의 외국인들은 현지인들의 눈요기꺼리인가?
두바이의 유명 랜드마크가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부르즈 알 아랍 호텔.
택시는 근처의 워터파크에 섰다. 호텔에는 못 들어간다고 했다.
스스로 7성급 호텔이라고 하는 부르즈 알 아랍.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그 모습은 돗단배.
그런데,
나중에 팜두바이 섬을 한바퀴 돌아 나오면서 운전수가
“저 건물에 십자가가 서있어요, 보세요!” 해서 보니
과연, 바닷가로 향한 면에 십자가 모습이 보였다.
그건 아마 돗대(mast)일 것이다.
그런데, 택시 운전사는 왜 나에게 그걸 십자가라고 말 해 주었을까?
팜 주메이라, 인공섬.
바다 한 가운데 야자수(Palm) 모양으로 땅을 메꿔
거기다 집을 짓고 호텔과 리조트를 지었다. 그래서
모든 건물이 다 바다를 끼고 들어서 있었다.
그러나 주거지로는 들어갈 수가 없어 아틀란티스 호텔로 직행.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
호텔 이름이 섬짓하다.
아틀란티스 호텔은
바닷가에 거대한 문짝 하나 세워놓은 것 같은 모습.
저 대문으로 무엇이 들락거리는가?
각양각색의 건축물이 볼거리인 두바이.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크겠지만 내 눈에는
뻥 뚤린 가슴처럼 썰렁해 보인다.
왜 여기를 봐야하는지 잠간 의문을 가졌었지만
두바이니까…하는 마음으로 진정.
호텔에 안 묵으면 호텔 상가 외에는 갈 곳도 없다. 화장실에 들러 사진 한컷.
?
‘팜 주메이라’ 를 한바퀴 돌아 육지로 나오면 또 다른 신도시가 있다.
두바이 마리나.
초고층 건물들, 아파트. 아, 어지럽다.
도대체 이 건물들에는 누가 다 들어가 사는 것일까?
왕족들은 땅집에서 산다던데…
마리나 씨티의 모노레일
?
택시 예약한 세시간이 지났다.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빌딩 숲을 지나
호텔로 돌아가는 고속도로로 나오자 대낮인데도 길이 막혔다.
이 차들은 다 어디서 나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건물들은 수천년 후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까?
지금,
잃어버린 대륙 아틀란티스를 찾는 사람들처럼
아주 먼 훗날 그때
두바이는 누구에 의해 찾아질 것인가?
참나무.
2016년 5월 9일 at 9:22 오후
예전 사실때랑…정말로 격세지감이셨을 듯.
혹시 여행할 기회 있어도 아틀란티스 호텔엔 안묵을래요…^^
사위가 두바이 어느 호텔에서는 식사 중 냅킨을 떨어뜨리면 바닥에 닿기 전에 빛의 속도로 달려온 웨이터가 테이블에 올려놓는다는 호텔 얘길 우스개를 했는데
혹시 소개하신 7성급 호텔일까? 했답니다…^^
벤조
2016년 5월 13일 at 5:28 오전
사라져 버릴까봐요? ㅎㅎㅎ
그 밖에 있어도 그런 느낌이 좀 들더라구요.ㅎ
그런데, 참나무님 전에 데레사님이 댓글을 다신 것 같은데? 승인했는데…